한국의 전통무예진흥을 위한 노력과 국제무예센타
성문정(체육과학연구원, 정책개발연구실장)
시대를 막론하고 세계 각국은 자기 나라의 인문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환경에 맞는 고유한 문화를 갖고 있다. 무예도 마찬가지다. 아니 어쩌면 무예만큼 그 나라의 인문적 역사적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문화도 없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오래된 무예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무예를 청소년 인성함양의 중요한 교육과목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구려의 건국자인 주몽은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의미했으며, 신라는 ‘화랑’이라는 제도를 통해 신라왕조의 엘리트 청소년교육에 무예를 의무화를 했고, 고려 및 조선 등 후대 왕조에서는 국가 관료를 선발하는 과거제도에 활쏘기, 검법 등 무예 능력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현재에도 이어져 무예관련 교육과 보존, 진흥 등의 다양한 정책 사업들이 정부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체육진흥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여가선용, 한국 전통무예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한국의 전통스포츠인 태권도, 택견, 씨름 등 다양한 무예분야에 매년 350억원 이상의 국가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며, ‘문화재보호법’에 의해서는 무예를 중요무형문화재로 편입시키고, 특히 중요무형문화재를 전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인간문화재로 지정하여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고 보전토록 하고 있다.
또한 2008년에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전통무예진흥법’에서는 무예종목들을 더욱 특화시켜 진흥시키고자 국가차원의 정책프로그램으로 ‘전통무예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전통무예진흥을 위한 노력들은 국내 전통무예 활성화뿐만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의 전통무예 활성화를 위한 노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2011년 UNESCO를 상대로 Category 2 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 그 예이다.
한국정부는 이 제안서에서 그동안 한국이 전통무예진흥의 위해 노력해 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라져 가는 세계의 전통무예진흥을 위해 ‘국제무예센타’를 설치하여 우선적으로 TSG(Traditional Sports and Games)의 각종 기록과 자료 수집을 통한 정보센터 구축 및 운영, TSG의 보존 및 전수, TSG분야 교육 및 학술 활동 지원 등을 통한 TSG분야에 대한 발굴 및 보호에 앞장설 것을 약속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프로그램 및 활동은 UNESCO에서 정한 ‘체육과 스포츠 국제헌장’과 ‘스포츠 정부간위원회(CIGEPS)’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약속도 함께 했다.
한국정부가 이러한 원대한 계획을 가지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지난 2000년부터 평균 약 25개국의 다양한 무예팀이 참여하여 성대히 개최되는 ‘충주세계무술축제’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무예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증진시키며, 더 나아가 전 세계 무예단체들 간 상호이해와 우정을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이 축제는 결과적으로 보면 UNESCO의 공식 자문 NGO의 탄생과 더불어 UNESCO Category 2 기구를 탄생시키는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UNESCO Category 2 기구는 UNESCO 아직 최종 승인을 받지는 않았지만 실사단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총회에서 승인받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UNESCO Category 2 기구인 ‘국제무예센타’의 기능은 센터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기에는 다소 벅찬 부분이 없지 않다. 따라서 각국의 UNESCO 국가위원회를 포함하여 TSG와 무예에 관심있는 모든 UNESCO 회원국들과 TSG관련 연구단체․기관들이 TSG의 보존 및 진흥을 위해 모든 경험과 지식을 한데 모을 수 있도록 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협력기관으로 명시한 세계무술연맹과 체육과학연구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속해 있는 체육과학연구원은 스포츠과학 발전과 국민체육진흥을 위한 정책개발연구를 위해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연구기관이다. 현재 40여명에 가까운 박사들이 TSG를 비롯한 스포츠발전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인력들은 센타와 협력하여 UNESCO가 추구하는 TSG발전을 위한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전통무예를 비롯한 TSG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자신감, 긍정적 태도, 수양된 사회구성원이 되기 위한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라는 것은 이미 세계 각국의 역사적 경험을 통하여 입증되었다.
그 동안 세계의 전통무예는 그 내용이 다양하고 여전히 세계 역사속에서 유지 발전되어 오고 있지만 전문적 국제조직이 없어 그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지도 못한 채 인류 역사에서 잊혀져가는 서글픈 사태를 초래하였다.
그러나 그런 서글픔은 그만, 이제는 세계 전통무예 활성화를 위한 새롭게 탄생하게 될 국제무예센타와 함께 세계 무예계의 진흥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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