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달아오르는 열대야처럼 온 세상을 달구었던 올림픽이 끝났다. 남한은 금메달 13, 은8, 동7개로 종합5위를 차지하는 역대 사상최대의 성과를 거두었고, 북한의 경우도 금메달 4개를 획득해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선전에 대해 세계 각국은 경이로운 눈으로 남북한의 경기력을 지켜봤으며, 성격 급한 사람들은 ‘올림픽 초기 남북이 세계랭킹 4~5위에 오르자 통일되면 세계 최고수준이 될 것이다’라는 분석을 내놓아 네티즌의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사실 우리의 선전은 겉으로 내세운 10-10전략보다는, 내부적으론 금메달 13개 이상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어왔다. 그러나 북한의 금메달 4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다. 유도의 안금애와 역도의 김은국은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올 것이란 예상은 있었지만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232kg으로 4위에 올랐던 림정심이 불과 2년 만에 30kg이나 더 들어올려 19세 나이로 금메달을 획득할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고비용 종목 보다는 저비용 종목에서 승부 보는 北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이 올림픽에 출전하여 메달을 획득하는 종목은 올림픽의 횟수가 더해진다 해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출전 종목은 역도, 유도, 레슬링, 수영, 육상, 양궁, 권투, 탁구, 사격, 여자축구 등으로 제한적이었으며, 메달 획득도 첨단 장비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유도, 역도, 레슬링, 권투, 체조, 역도 등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특징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따지고 보면 역도와 유도를 제외하고는 다른 종목에서는 기대 수준을 넘지 못했다. 특히 강세를 보였던 복싱에서는 남녀 선수 모두가 1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으며,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되는 여자 축구조차도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이 거둔 성적을 토대로 북한의 경기력 행태를 보면 연습상대가 필요한 종목이나 첨단과학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고비용 종목에서는 여전히 세계 정상권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정보력의 한계와 대회출전 경험 및 대규모 투자 미흡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각종 대회 출전과 과감한 투자로 유럽중심의 세계적 흐름을 바꿔놓은 우리의 펜싱종목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상황이다.
민간차원의 응원마저도 경색된 2012 런던올림픽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약칭 IOC)헌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하나됨과 평화가 궁극적 목적인 것처럼 일찍부터 세계 각국은 올림픽기간 동안에는 휴전을 하는 등 세계평화에 기여해온 지구상의 대표적인 이벤트이다.
IOC의 이런 기조를 이용하여 남북한은 그 동안 국제대회에서 지구상 유일 분단국가이지만 세계평화를 기원한다는 점을 내세워 남북공동입장이라는 이슈를 적절히 활용해 왔다. 국제 스포츠사에서 남북공동입장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북한 동시입장을 시작으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까지 아홉 차례나 이어졌다. 그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남북한 동시입장 ‘전통’이 깨진 뒤, 2012 런던올림픽까지 공동입장으로 대변되는 남북화해의 퍼포먼스는 더 이상 없었다. 특히 2012런던올림픽에서는 선수촌이나 훈련장내에서 조차도 남북선수단간에 자연스런 만남에 따른 남북간 대화도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아쉬운 것은 민간차원의 교류도 미흡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단일팀 구성이나 공동입장 등 정부나 체육회차원의 공식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민간차원에선 대규모 응원단이 파견되어 북한 선수의 경기를 응원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 여자축구 경기에서는 남측 응원단 400여명, 북측 응원단 500여명이 입장하여 함께 응원하고, 경기 종료 후 경기장 밖에서는 남북 응원단이 기념촬영을 하는 등 남북경색과는 별개로 동포끼리는 하나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남북체육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런던올림픽에서의 남북선수단간 교류모습이 경색국면이 길어지는 남북체육교류에 한줄기 희망이 되어 줄 것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런던올림픽에서 마저도 교류가 없었던 것은 향후 남북체육교류에 있어서도 경색국면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남북체육교류는 평화와 화해의 지름길
지금까지 남북체육교류는 체육분야가 갖는 비정치적 성격으로 인해 남북교류 추진 시 가장 우선시되었던 교류영역이다. 따라서 남북체육교류는 냉전이데올로기가 약화되고 상호협력과 민족적 공동이익 추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서도 더디기만 했던 남북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는데 기여해 왔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남북체육교류가 통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0년 조사한「국민생활체육활동참여실태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국민 중 남북체육교류가 통일에 ‘매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1.1%였고,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사람이 53.0%로서 전체의 64.1%가 남북체육교류가 통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천안함 폭침사건 발생으로 남북관계 전반이 경색되면서 체육분야의 남북교류도 전반적으로 후퇴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으나 그럼에도 남북체육교류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남북체육교류를 통해 남북간 평화·화해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일은 통일환경 조성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사회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가 단순히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단으로 같은 정서가 흐르는 민족성과 생활공동체의 회복을 통하여 국가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 본다면 남북간 체육교류는 더욱 중요하다.
‘남북단일팀’을 기다리며
남북한의 공동 선전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한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준 2012런던올림픽은 남북체육교류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겨둔 채 끝났다. 그러나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묻어둬야 한다. 우리에겐 다시 우리 안마당에서 치러지는 대규모 국제행사가 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과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가 그것이다.
2015년 광주에서 치러지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는 관련 법률 제33조의 4에서는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하여 남북단일팀의 구성에 관하여 북한과 협의할 수 있도록 하고, 남북단일팀 구성 등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이에 대하여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남북단일팀 구성은 대회 출전을 준비해온 선수들에 대한 기회박탈 등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한 남북간 각종 실패 사례가 이를 증명해준다.
그러나 남북단일팀 구성보다 남북체육인간의 교류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나타났듯이 남북의 경기력은 동일종목에서의 경합이 아니라 이질 종목에서 각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경기력을 바탕을 남북간의 스포츠과학 교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상호간에 체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공동 훈련, 공동 기술개발 등은 가장 실질적인 교류방식의 하나이다. 이를 통해 2014인천아시안게임과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서 남북이 또 한번의 공동 선전을 이룬다면 남북간의 체육교류는 자연스럽게 더욱 견고해질 것이고 확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