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아시안경기대회 경험을 통해 본 평창겨울올림픽 유산의 지속 가능성-
최근 체육계의 화두는 단연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산개최다. 지난해 11월1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Olympic Agenda 2020'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것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실패(?)에서 다시 동력을 얻은 것으로 우리나라에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이후 몇년간 금기시된 내재된 사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평창의 분산개최가 왜 그토록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사후 활용에 대한 뚜렷한 비젼없이 불과 10여일 남짓 사용할 시설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인한 재정낭비의 부당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평창만 문제가 되고 있을까? 모든 올림픽경기와 주요 국제대회 시설이 길어야 10여일 안팎으로 사용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이는 우리 국민들이 지난 인천아시안경기대회를 위해 설치했던 대규모 체육시설의 사후활용의 불확설성과 비생산적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정낭비 등에 대한 학습효과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난 2007년 4월 인천시가 인도의 뉴델리를 제치고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할 때만 하더라도 대회로 인해 인천이 힘들어지고 실패한 대회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을 성공했고 86서울아시아경기대회와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2번이나 모두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인천대회가 실패만을 한 것은 아니다는 평가도 있다.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은 지난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성공적 이었다는 평가를 했다. 인천대회는 세월호와 같은 국가적 대형사고와 같은 어려운 여건속에서 분명 잘 치뤄낸 부분도 있다. 그 동안 열렸던 아시아경기대회 중 유일하게 전 회원국이 참여했고, ‘비전 2014’ 프로그램을 통해 30개 스포츠 약소국에게 장비, 지도자등을 지원하여 7명이 새롭게 메달을 획득하게 하는 등 45억 아시아인이 하나 되는 화합의 잔치를 개최하여 아시아스포츠의 균형발전이라는 소중한 유산을 남긴 점, 2006년 도하대회(2조원 이상)와 2010년 광저우대회(1조 8천억원)에 비해 훨씬 적은 운영비(4,823억원)로 국가주의와 물량주의를 과시하지 않고 대과없이 치뤘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대회 성화가 꺼지면서 사라지고 예산낭비의 상징이 되어버린 인천대회는 주경기장의 황량함 만큼이나 씁쓸함을 더 해준다.
대회가 끝난지 반년이 지나 가지만 인천시는 이미 계획단계에서부터 고려했어야 할 유산의 사후 활용 계획을 아직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즉, 아시아경기대회 유산 활용의 지속성이 단절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유산 활용이 지속될 가능성은 있을까? 좀 과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단호히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에 서있다.
몇몇 88서울올림픽경기시설과 2002월드컵 축구장 시설들을 제외하면 국제대회시설들의 활용이 활성화된 것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시설이 그렇고,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시설과 영암F1그랑프리대회 시설,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시설이 모두 그렇다.
이런 대회시설의 특징은 모두 국내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시설로 지어졌고 대회 개최 후 지역 랜드마크로 위상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전지훈련 등을 유치하여 해당 종목발전과 지역발전을 지속적으로 견인하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은 모두 결과론적으로 지역주민을 속이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인천은 당장 올해부터 향후 15년 동안 매년 1,000여억원의 빚을 갚아야 한다. 또 주경기장과 종목별 경기장 등 17개 시설의 유지보수에 수백원이 들어간다. 이 모두가 인천시의 재정압박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편익을 깍아 먹는 원인이 된다. 이란 상황에서 평창겨울올림픽 개최 시설 설치 및 개최지 재검토 요구 등을 제기를 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개최 3년을 앞둔 시점에서 지금 전력투구해도 시설 설치 후 프레대회 개최까지는 시간이 촉박하여 논란의 실익이 없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정부 또한 분산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이러한 논란에는 분산개최를 통한 재정절감만이 논의되고 있을 뿐 애석하게 평창겨울올림픽 시설들이 향후에도 우리나라 겨울스포츠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구축되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어 안타깝다. 오로지 비용절감과 환경파괴 방지를 위해 개최지를 분산하고 대회개최 후 시설을 철거하여 원상 복귀한다는 말만 앞서고 있다. 물론 IOC가 'Olympic Agenda 2020'을 통해 분산개최를 허용한 마당에 기존의 시설을 개보수만 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시설들을 놔두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까지 무리하게 시설을 신축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시후관리 운영비 절감을 위해 신축시설을 철거하고 파괴된 환경은 복원하면 돈이 얼마를 들어도 된다는 막무가내식 대회 준비다. 참 무책임하고 안일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아이스하키장의 경우 조직위는 당초 876억원을 들여 신축하고 대회가 끝난 후 철거하여 타 지역 이전을 추진했다.
이를 두고 한켠에서는 이전비용이 6~700억원에 이르러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 주장들을 전제로 운영비 측면에서 아주 단순하게 분석해본다면 아이스하키장의 경우 연간운영비가 최대 20억이라해도 이전비용은 향후 30년 이상 아이스하키경기장을 운영할 수 있는 비용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이스하키장을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가대표 동계훈련지로 지정 운영한다면 유산으로서의 시설보존과 시설의 지속적 활용으로 아이스하키 발전에 기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물론 재정절감 측면에서는 시설을 짓지 않고 가능한 시설을 리모델링하여 대회를 치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을 짓고 그 시설에서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면 유산을 무조건 철거하기보다는 올림픽대회 시설을 통해 스포츠발전을 견인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 대회가 끝나면 그 대회와 그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가겠지만 남겨진 시설은 후대들에게 자랑스런 유산으로 남아 스포츠발전을 견인하는 또 하나의 모태가 될 수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은 2018년 2월 25일 끝나지만 그 기간에 치러진 종목은 올림픽에서 퇴출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고 그 종목을 즐기는 사람은 계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스포츠고 스포츠는 지금껏 그렇게 지속되어 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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