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정책 이야기

북한의 선수양성 및 대우

성문정 2008. 12. 27. 19:56

북한의 선수양성 및 대우

성문정(체육과학연구원)


□ 북한에서는 체육을 어떻게 이해할까?

동서냉전체제 붕괴 이후 오늘날의 세계 각국은 자국의 국가이미지 제고를 대규모 국제 스포츠이벤트를 통해서 강화해 가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의 호주나 2008북경올림픽에서의 중국의 경우는 그러한 경향성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의 국가대표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엘리트선수 양성체계를 갖추고 각종 지원을 해준다. 이러한 현상을 북한의 경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여기에서는 북한의 선수양성 및 대우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북한의 사회과학출판사에서 발행한 정치용어사전에 의하면 체육이란 “신체를 다방면적으로 발전시키며 집단주의 정신과 혁명적 동지애, 굳센 의지, 규율 준수에 대한 자각성과 책임성 등 고상한 사상과 도덕적 품성을 개발함으로써 국방력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을 성과적으로 수행하는데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 제55조에서 “국가는 체육을 대중화, 생활화할 데 대한 방침을 관철하여 전체 인민을 로동과 국방에 튼튼히 준비시키며 우리나라 실정과 현대 체육기술 발전추세에 맞게 체육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책임을 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상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북한에서의 체육은 우리나라 처럼 개인 및 전체 국민의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이라는 일차적 목적가치보다는 정치․사상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북한의 정치이념인 사회주의적 정치이념과 일치한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체육은 공산혁명을 완수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한 논리라 할 수 있다.


선수양성은 어떻게 할까?

북한에서의 선수양성은 세계 여느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학생선수양성체계가 형성되어 있고 이들 선수들 졸업하면 실업팀과 같은 일반선수단에서 훈련을 받는다. 다만 차이가 난다면 북한에서의 일반선수들은 우리나라처럼 기업체가 아니라 군인이나 경찰, 공무원 신분으로 선수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의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체제로는 체육소조, 청소년 과외체육학교, 체육학원, 고등체육학교, 체육대학 그리고 체육선수단(이하 체육단) 등이 있다. 체육소조는 운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운영하는 학교운동부 형태를 띠고 있는데, 청소년들의 체력을 단련시키고 우수선수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자 197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에 따라 학교별 종목별 전문화를 강조하면서 학교 내에 축구, 탁구, 배구, 체조 등 17개 종목 가운데 학교별 특성에 따라 1종목 이상 전문화체육소조를 의무적으로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운동은 방과 후 매일 2~3시간 이상 1주일에 6일간 학교별로 지정된 학교체육소조 활동에 참석 한다.

청소년 과외체육학교(체육구락부)는 정규체육기관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과외 체육활동의 중심으로서 각 지역에 위치한 체육관이나 학생회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전문지도자에 의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일종의 스포츠클럽의 형태다. 종목으로는 축구, 농구 등 구기를 비롯하여 육상 및 투기 종목 등 20여 종목의 체육소조가 조직 운영되고 있으며, 방과후 종목별 교육은 인민체육인, 공훈체육인 및 체육명수 등이 담당하며 연간 500시간 이상 실시한다. 과외체육학교에 대한 교육성과는 매년 개최하는 전국 과외체육학교 경기대회에서 평가를 받는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올림픽 유도종목 금메달리스트인 계순희 선수도 과외체육학교 출신이다.

체육학원은 체육영재를 위해 각 시도에서 운영하고 있다. 소학교 졸업생과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선발하여 교육하는 기관으로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8년제 남포체육학원(중앙체육학원)과 7년제 양강도 체육학원 등이 있다. 체육학원은 소학교 학생 가운데 체육에 소질이 있는 어린이를 선발하여 우수 체육선수로 양성하는 등 국가대표 후보선수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체육학원 졸업 후에는 소학교와 중학교 체육교사로 근무할 수 있도록 체육교사 자격증을 부여하고 체육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고등체육전문학교는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1972년부터 각 도에 1개교씩 설립한 3년제 체육전문학교로 국가대표선수 선발 및 체육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체육특기자 중에서 일정한 선발고사를 통해 입학한 학생을 중심으로 체육지도자들이 연간 300인 훈련계획을 세워 월별, 분기별로 체력과 기능을 평가하여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유급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학생에 대해서는 소학교 체육교원이나 각 도 대표단에 배치되어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선수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체육대학은 평양 체육대학을 비롯하여 각 도(직할시)에 1개교씩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과정은 보통 소학교 졸업 후 13세에 바로 예과에 입학하게 되며, 중학교를 졸업한 후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체육대학을 졸업할 때 우수한 실력을 갖춘 졸업생은 중앙이나 지방의 체육선수단에 입단하여 전문운동선수 생활을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학생은 대부분 졸업 후 체육교사로 활동한다. 사범대학 체육학과를 졸업하면 중학교 체육교사로, 교원대학 체육학과를 졸업하면 소학교 및 유치원 체육교사로 진출한다.

이처럼 북한의 학생선수는 정상적인 체육을 반드시 받고 방과 후 학교 체육소조 활동에 참여하거나 과외체육학교에서 종목별 특별 훈련에 참가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운동선수로 활약하다 기능이 부족하거나 부상 등의 이유로 운동을 포기한 선수에게 체육교원이나 체육지도자로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학생선수는 학교 졸업 후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국가 대표선수로 선발되어 훈련을 받거나 국가종합체육단(평양)과 각 시, 도 단위에서 운영하는 체육선수단에 입단하여 선수생활을 하며 경기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군대에 입대한다.

체육단은 직업적인 체육인 양성과 훈련을 위해 조직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실업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최고 수준의 우수선수를 배속시켜 전문체육기구로 운영하는 중앙단위의 체육단이 20여개가 운영되고 있고, 기타 각 도에 구성된 선수단을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약 40여개에 이른다.

현재 북한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 체육단은 특정종목에 편중된 팀의 구성이 아니라 전 종목에 걸쳐 선수들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1개 체육단의 규모는 보통 500여명 내외로 비교적 대규모이다. 체육단간 대항리그를 통해서 최우수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며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면 국제대회 출전 3~5개월 전에 평양 등 종합 훈련소에 입소하여 기술을 익히기 위한 경기위주의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일반선수 양성체제의 핵심이 되는 체육단으로는 4․25체육단, 2․8체육단, 기관차체육단 등이 있다.   

특히 4․25체육단은 현재 북한 최대규모의 체육단으로 4․25란 김일성이 항일 혁명투쟁시 조직했다는 조선인민혁명군의 창건일에서 따온 것이다. 현재의 4․25체육단은 인민군 소속으로 군사 훈련 못지않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종목 특성상 사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72년 뉴델리 아시안경기에서 사격 7관왕에 올랐던 서길산이 4․25체육단 소속이었으며 선수단의 규모는 600여명에 이른다.

지역체육단은 평양시를 비롯하여 개성, 남포 등 각 직할시와 도에 설치되어 있으며, 국가체육위원회의 지도 감독하에 해당 시도인민위원회를 대표하고 있다. 지역체육단 중에서는 평양시 체육단이 가장 유명하며, 평양시 체육단은 1991년 남한으로 귀순한 이창수가 소속한 체육단으로 이창수는 1988년 체코 유도선수권대회에서 71㎏급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이다.


□ 선수선발과 훈련은 어떻게 할까?

북한에서 운동선수를 육성은 우수선수를 조기에 발굴하여 집중적이며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방법과 각종 체육경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선수를 발굴하는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선수설발 체육유망주를 조기에 발굴하기 위해 종목별 지도원들은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소학교 체육소조반, 소년학생궁전 및 회관의 과외체육학교에서 활동하는 유망한 선수를 발굴하거나 종목별 공화국 선수권대회와 매년 8월 전국과외체육학교 소속선수를 대상으로 개최되는 전국 과외체육학교생체육경기대회, 체육단 및 선수단 체육대회에서 우수한 기록이나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를 선발하는 방법이 있다.

운동선수 선발기준 및 방법은 국가 체육지도위원회 산하 체육과학연구소와 각 종목별 전문가들이 매년 실시되는 각종 국내 및 국제경기 기록과 성적을 종합 분석하여 우수한 자를 추천한다. 동일한 조건일 경우 가능한 연소자를 선발하며 투철한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되고 주체사상과 당에 대한 충성심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최종 선발한다. 선발된 유망 선수는 전문체육단에 입단하여 기능보다 기본기 중심의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도록 한다.

북한에서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되면 최소한 체육명수에 해당되어 일반 노동자의 월급보다 많이 받으며 생활보조비 명복의 부식비와 소속팀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것 외에 훈련수당을 받으므로 생활여건이 크게 개선된다.

국가대표선수 선발은 매년 실시하는 전문 체육단 종목별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거나 유망주로 부각된 선수를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한다. 특히 단체종목 대표선수는 감독을 선임한 뒤 감독이 후보선수를 선발하여 소속연맹에 보고하고 상무위원회(기술위원회) 심사를 통해 일부선수를 교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감독이 선발한 선수를 중심으로 구성한다.

학교체육소조와 과외체육학교의 훈련은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하며 오전에는 수업을 받고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훈련하나 대회준비를 위해 수업에 참가하지 않고 오전부터 운동하는 경우도 있다. 체육단 훈련은 새벽운동과 오후운동을 하며 새벽운동에는 주로 보조운동 및 감각기능 익히기 훈련을 하며 체력운동과 기술훈련은 주로 오후에 실시한다. 오후 운동은 대개 2시부터 6시까지 실시한다.


□ 선수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

어느 선수든지 특정종목에 대해서 세계 최고수준의 경기력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해당종목에 대해 신기록을 수립하거나 권위있는 국제대회에서 우승했을 경우 해당 선수에게 우승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는 경우다 많다.

북한의 경우도 우수선수 등 체육인에 대한 사회적 지위와 사기 진작, 그리고 노후의 생활문제 등을 보장해 줌으로써 우수한 선수를 양성 발굴하기 위한 체육인 우대정책을 주요 시책으로 삼고 각 시도대표급 및 국가대표급 선수를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1급 이상 선수들에게는 직업체육인으로 대우하고 선수생활에서 은퇴할 경우 각 체육단이나 과외체육학교 지도원으로 일생을 체육 생활만으로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체육인들에 대한 사기 진작을 위해 세계기록 갱신자, 올림픽이나 아시아 경기대회, 그리고 기타 중요 국제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한 자와 북한내에서의 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체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는 선수에게는 체육인의 최고 영예인 인민체육인과 공훈체육인, 체육명수 등의 칭호를 수여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연금을 지급하고 각종 부상을 줌으로써 우수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대우를 한층 제고 시키고 있다.

인민체육인 칭호는 체육부분에 수여하는 칭호가운데 최고의 영예로운 칭호로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선수나 지도자들에게 주어진다. 이 칭호를 받는 우수 체육인에게는 국기훈장 1급을 수여하며 노후 연금도 지급한다.

공훈체육인 칭호는 인민체육인 칭호 다음가는 영예 칭호로서 통상적으로 1년에 2회 이상 신기록을 수립했거나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나타난 자 또는 아시아 경기대회에서 우승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