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개강파티에서 도우미(?)된 이야기...

성문정 2006. 9. 20. 16:14

오랜만에 하는 강의라서 그런지

어젠 분필 하나면 두세시간은 그냥 떠들던 옛날의 내가 아니였다..

나이탓인지..머리와 생각이 굳은건지..원

 

늘 먹고 사는 일과 관련된 정책학 과목이였기에

지난 10여년을 쉽게 강의를 했는가 싶었다는 생각이 새삼 다시들었었다...

아마도 청강생의 숫자에 놀라 그랬을 수도 있고..

대학생도 아니고 대학원생들이..30명 넘게 앉아있어서 숨이 턱 막혔을 수도 있고...

 

그렇게 첫 강의로 대면을 하고..

저녁식사를 하자기에 학교앞 가게로 갔다..

교수 모신다고 그랬는지..사방으로 앉은 원생들이..헉..평균 50세 이상이었다..

과대표가 모임 취지를 말하고..건배에 이어.돌아오는 술잔이...

...굳이 강제로 드시라하진 않겠습니다..원생들의 성의니 받아는 두십시요..

말이 성의 권장이지..나보다 20살이 많은 원생이 그리 말하니..그건 부담 콱이었다..

그래도 제자들이 주는 술이라 쉬이 거절할수 없어 그리 받은게 아마도 소주 20여잔은 넘은 듯...

취기가 올라도 취해보일수 없는 그 심정...크~~~

술잔이 그리 돌쯤..중국에 사업차갔다가 돌아온 원생이

특급 안주라고 조그만 봉질 하나 건네는데..북한산 곰쓸개가루...

헉..곰 쓸개가 쓰긴쓰더구만...아직도 그 쓴맛에..저절로 인상이 찡그려지고...

그렇게 한 둬시간만에 1차가 끝났다..

문제는 2차...

 

대리운전시켜준다고

이미 차키는 빼앗긴 상태에..혈중 알콜농도는 측정불가...

모신답시고..얼라들은 보내고 2차에 모인 고참들이 역시 평균 50살 이상이었다..

어찌 알았는지..내 고향이 전남이란걸 알고..

다시인사하는데..

61세 원생은..해남..50후분 두분이 무안..보성..그리고 제법 젊어보이는 45살이 비금..

이쯤되면 한국사회에선 연고가 우선이라..내 마음속에서 교수신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노래방에서 모두들 열창하신는데..

이제 41살의 새파란 나는 교수랍시고 양주만 마시고 앉아 있을순 없고...

결국 계급장떼고..나가서 노래부르고 몸흔들고..

크~~부르고 노는 수준이 거의 도우미 수준......

 

어제밤은 그렇게 교수가 도우미된 날...

고향 대 선배님들이니 교수라는 계급장 달고 폼잡을 수는 없고....

근데요..곰쓸개 영향이었을까요?..

어젯밤..소주에 양주 폭탄주 엄청 마셨는데..

오늘은 머리도 하나 안아프고..

오전에 정부들어가서 한 제도개선 정책협의도 무난히 마쳤단 말입니다..

새삼 이거 드시고 낼 아침 느껴보십쇼 할대가지도 머..그렇겠지 싶었는데...

거참 우연이니 그쓸개 효관지..그렇단 말입죠....

 

강의간 교수가 개강파티에서 도우미된 날..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었다 싶어

서울 촌놈 청현 성문정이가 몇마디 읊조렸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