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체육회장 겸직 금지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변화를 위한 시작
2018년 12월 27일.
이날은 지난 2015년 3월 3일 체육단체 통합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이 통과된 이후 대한민국 체육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또 한번의 법적 변화가 있었던 날이다.
그간 체육계에서는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이 체육단체장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체육진흥법상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은 겸직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체육회 등이 선거조직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금까지는 서울시 자치구의 몇몇 지방체육회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방체육단체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회장을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이로 인해 지자체장 등이 체육단체를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누렸던 체육단체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체육계가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과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2019년 12월 27일부터 지방체육회장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각 지방체육회는 회장을 자체적으로 선발해야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체육단체장 선정을 두고 체육계 내부에서 진흙탕 싸움을 예상하기도 한다.
74년간의 관치는 그만
지난 1945년부터 올해까지 74년간 17개 시ㆍ도지사와 228개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체육회장을 맡으면서 지방자치단체내 직장운동경기부를 만들어 엘리트선수를 안정적으로 육성하고, 생활체육시설을 확충하여 국민의 60%가 체육활동에 주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갖추는 등 한국체육발전을 위해 수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적잖은 폐단이 발생해 온 것도 사실이다.
지방체육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하여 지방자치단체를 당연직 회장으로 추대했으나 결과적으론 체육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잃게 만들었다.
체육회장을 겸직한 지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회사무처(국)장 임명 권한을 갖기 때문에 지방선거 때마다 체육단체가 선거조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체육단체 통합으로 2016년에 새롭게 시작했던 지방체육회처(국)장들은 지방선거에 의해 회장이 바뀌자 임기가 2년이 남은 상태에서 새롭게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에의 압력에 의해 그만 두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동안 체육인들이 지방지차단체장을 당연직 회장으로 모시려는 것은 체육회 운영과 관련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최고 권력자를 회장으로 영입하는 것이 체육발전에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이러한 이면에는 일반인이 체육계 수장될 경우 예산 확보에서 각종 체육시설 이용 및 대회 개최 등에서 적잖은 제약과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인식이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번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지방체육계의 위상과 역할이 약화되고 축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지방정치권력에 의해 무시당하면서 지방선거의 외곽조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상처받은 자존심은 체육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이미 통과된 법률과 왜 법률안 통과를 저지하지 못했느냐는 질책보다는 체육회가 지난 74년간 절름발이 성장에서 벗어나 앞으로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속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국민들을 위한 체육활동의 서비스 중심체로 성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체육계가 정치적 영향력에 벗어나 독립성과 자율성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새로운 민간인 회장시대는 이제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회장선거를 준비하기에도 벅찰 시간이다.
지금 당장 민간인 회장이 체육회를 이끌어 갈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부터 분석해 나가야한다. 그리고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재정 확보가 문제라면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조직의 법인격체와 연결됐다면 지방체육회를 돈을 벌 수 있는 조직체 즉, 법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지방지자치단체장이 당연직 회장일때는 지방체육회가 지금처럼 임의단체인 비법인 ‘사단’으로서도 충분했다. 회장에 대한 절대적 지위가 있었기에 재정보조가 용이했고 사업위탁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다는 보장이 없다.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스스로 자격을 갖추고 경쟁력을 높혀야 한다.
아직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확정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체육단체의 수장격인 대한체육회는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체육계 성폭력 고발로 혼비백산 중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대한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하고자 8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년간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르는 지자체별 체육 예산 삭감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직장운동경기부에 최소한의 의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 한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직장운동경기부 지원 예산 삭감에 대비해 체육회가 이를 보전하는 방법도 의논할 것이라 한다. 다행스런 움직임이다.
그 동안 체육인들은 ‘체육을 체육인에게’라는 주장을 수없이 해왔다. 지금껏 구호였던 것이 이제는 눈 앞에 실체로 다가왔다. 체육인에게 돌아온 체육회를 독립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키울 것인지는 이제 체육인들의 몫이다.
이글은 서울시체육회 홍보지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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