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같은 이야기

스포츠클럽과 한국체육의 미래

성문정 2019. 2. 12. 15:29

공공스포츠클럽과 한국체육의 미래 희망

 

성문정(수석연구위원,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45억 아시아인들의 축제였던 2018아시안게임이 끝났다. 그 동안 1998년 제13회 방콕아시안게임부터 줄곧 2위를 지켜오던 우리나라는 20년 만에 다시 일본에게 종합 2위 자리를 내주고 아쉽게 3위로 마무리 지었다.

20년 만에 다시 일본이 2위 자리에 복귀하자 언론이나 체육계 관계자들은 일본이 2위한 원천을 찾기에 바빴고 몇몇은 그 원천을 생활체육의 저변확대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국가가 개입하여 설치 보급한 종합형스포츠클럽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 일본의 종합형스포츠클럽은 1995년 문부과학성에서 1클럽당 1,300만엔을 지원하기 시작하여 만들어지기 시작한 정부 주도형 스포츠클럽으로 지금은 3,600여개에 이른다.

국가에 따라서 스포츠클럽은 사회제도화란 측면에서 공공부분의 지원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비교적 스포츠클럽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는 클럽은 민법에 근거한 법적 자격을 갖추도록 하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재정보조나 각종 세제혜택의 대상으로 부가세 법인세의 면제, 기부금에 대한 40% 세금감면 등의 혜택부여 받고 있다. 나아가 미국의 경우는 클럽 회원들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여 시설을 설치하고 회원의 권익을 위해 해당 시설을 사용할 경우 시설에 부과하는 세금을 면제하는 등 스포츠클럽에 대한 지원을 당연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포츠클럽은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정부로부터 재정적 보조나 세제혜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공공체육시설을 무상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스포츠클럽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클럽 보유시설 관리비용을 지원받아 회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정부가 스포츠클럽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엘리트-생활체육으로 이원화된 체육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부터 선진국형 스포츠클럽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면서부터이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가에서는 스포츠클럽이 국가 스포츠발전 체계의 주요 기반이 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스포츠클럽은 방과 후 체육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전 연령대에 걸친 생활체육의 토대이자 선수발굴의 산실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를 토대로 우리나라에도 스포츠클럽 제도를 정착하기 위한 크고 작은 다양한 시범사업들이 추진되었다. 과거 정부주도의 한국형스포츠클럽, 대한체육회 주관의 청소년스포츠클럽, 국민생활체육회 주관의 지역 스포츠클럽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범사업들이 단기적이거나 국회의 사업 중복에 대한 비판 등으로 한국형스포츠클럽 보급사업으로 통합하여 운영되다가 2010년을 끝으로 정부의 지원이 끊기자 스포츠클럽들은 자생력을 담보하지 못하고 해산되고 말았다.

한국에서의 스포츠클럽이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고 있을 때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문화법인형 공공스포츠클럽 보급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전국 229개의 지방자치단체에 종합형 스포츠클럽 설립을 추진하였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학교-생활-전문체육간 연계 강화, 은퇴선수 및 지도자 일자리 창출 등 안정적인 생활체육 선순환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3년간 매년 3억씩 총 9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공급자 중심의 정부 의존형 스포츠클럽 육성사업으로 지역사회 생활체육기반 조성, 시설 확보, 지역주민 생활체육서비스 제공, 자생력 확보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에서도 공공스포츠클럽을 계승하고 이를 질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 법률적 기반을 갖추는 노력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다만, 현정부의 스포츠클럽 육성 사업이 박근혜정부의 스포츠클럽의 육성사업과 다른 점은 스포츠클럽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률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칭 스포츠클럽육성법에서는 스포츠클럽을 통해 국가 체육발전의 저변 확대와 국민 체육복지 향상 및 지역사회 체육인재 육성 등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스포츠클럽에 대한 종합적 육성계획을 세우고, 스포츠클럽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부가세 면제나 각종 체육사업들을 위탁하고 재정지원을 하려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게는 공공스포츠클럽을 설치하여 운영토록하고, 공공체육시설에 대한 안정적 이용을 보장하도록 하는 등 스포츠클럽육서에 필요한 조례도 제정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의 장 역시도 스포츠클럽에서 학교체육시설을 개방토록 하고 체육관련 사업들을 스포츠클럽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을 받는 공공스포츠클럽은 지역 주민들에게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대회를 개최하거나 리그를 운영하여 선수를 육성하는 등 지역체육발전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앞에서 선진사례를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체육발전시스템에도 생활체육의 기반 위에서 엘리트체육이 발전하는 선진국의 통합적 개방적 시스템인 스포츠클럽제도의 확산과 안정적 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스포츠클럽을 만들고 스포츠클럽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을 제정하며 각종 지원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체육현장을 그것이 생활체육이든 엘리트체육이든 좀 더 체계적이며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로서의 공공스포츠클럽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이며 발전적인 정책 추진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2018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이 들었던 말처럼 당장은 아니지만 2026년 아시안게임이나 2028LA올림픽에서 공공스포츠클럽출신들이 메달을 땄다는 소식도 들렸으면 한다.


이글은 서울시체육회 홍보지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