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스포츠를 통한 장애인 인식개선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일찍이 루게릭병을 앓으며 장애를 입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스티븐 호킹 박사는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에 대한 나의 충고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또 장애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후회하지 마라. 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더라도 정신적인 장애자가 되지 마라”라는 명언을 남겼다.
굳이 스티븐 호킹박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후회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이면서 각자 잘하는 것에 매진하고 매진하는 것에서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체인구의 4.9% 수준인 약 255만명(2017년 말 기준)의 등록 장애인이 있다. 그 중 일상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은 20.1%이며,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한 선수는 1만 5천여 명에 이른다.
이 선수들이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라는 패럴림픽게임에도 나가고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도 나간다. 지난 겨울에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대회에서도 비장애인의 동계올림픽대회보다는 세상의 관심이 낮았지만 장애인의 동계올림픽대회라 할 수 있는 동계패럴림픽대회에 우리나라는 아이스하키 등 6개 종목에 36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크로스컨트리에서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하였다. 비록 메달 순위는 비장애인의 동계올림픽대회의 7위 보다는 못한 17위를 차지했지만 동계패럴림픽대회 참가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올림픽대회인 동계패럴림픽대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장애인들이 어떻게 스키를 타고 어떻게 컬링을 하지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장애인 역시 장비의 구조와 게임방식은 다르지만 엄연하게 동계스포츠를 즐기고 대회를 한다. 하계종목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스포츠계에도 김연아, 유승민(IOC 선수위원)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없지만 장애인 체육인으로 크로스컨트리에서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신의현 선수가 있고, 패럴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이자 선수위원인 국제적인 휠체어 육상스타인 홍성만 선수가 있다. 이들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장애인스포츠로 대한민국을 빛내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손쉽게 차별없이 운동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미약하다. 전국의 200여 공공체육관 중 장애인들이 장애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된 장애인전용체육시설(장애인형국민체육센타 포함)은 채 60여개가 안된다. 장애인들이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치된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들도 비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배치인력(2017년 2,600명 배치)의 1/5수준인 577명에 불과하다. 이 뿐만 아니다. 이미 비장애인 취약계층 유·청소년은 활용하는 스포츠바우처제도가 장애 유·청소년에게는 도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가 최소한의 장애인의 스포츠향유권을 박탈하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지도 못하는 모양새이다. 나아가 구체적으로는 지난 2008년 필자 등이 참여하여 만들고 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그 시행령을 통째로 위반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장애이다’라는 말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다고 더 잘해줘야 한다고 하는 것에 인식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애인 선수들과 체육활동을 참여하는 장애인들에게 특별나게(?) 더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들도 나의 친구이고 나의 동료이고, 같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글은 서울신문이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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