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2월 11일 방송한 "시사기획 쌈"이 체육계 성폭력문제를 정면으로 폭로함에 따라 대한체육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원체육을 포함한 스포츠계 전반의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해 실태 파악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며 "선수보호위원회 조사를 통해 방송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가해자의 영구자격 정지를 포함, 협회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가 내려질 것" 이라고 말하고, "체육계 성폭력을 막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등, 앞으로 대책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며 "특히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합숙소 생활 등 제도적인 문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보완책을 마련할 것" 이라고 한다.
사실 성폭력은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될 행위다. 그런 비인간적 즉, 동물적 행위가 그동안 그렇게 만연해져 왔다는 것이 정말이지 의아하다. 시사기획에서 고발된 영상을 본 대부분은 그야말로 충격이다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흥분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흥분이고 분노일 것이다.
이런 분노속에서 대한체육회가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자기 위기의식에 대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기리끼리 자기식구들의 중심체인 대한체육회가 무얼 얼만큼 조사할 수 있을까? 고발기자가 취재한 취재파일을 보여달라거나 아니면 고발프로그램을 통해서 나온 연맹이나 학교,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탐문수사를 하거나...그런 조사과정에 피해자들은 얼마나 진솔하게 답해줄까?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는 얼마나 철저하게 이루어질까?. 조사한 후 고발하거나 감독기관에 권고하는 의견서 보내는 것이 조사 후처리의 전부가 아닐까?.만약 이 두 기관이 조사한 다면 성폭력의 피해자는 들추고 싶지 않은 기억을 2번이나 기억해야 하고, 행여 고발된다면 검찰이난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에 가서 다시 수사당해야 한다.
두 기관의 이런식의 조사는 기관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해야할 의무일지 모른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피해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또 다른 폭력이고 행패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조사는 더욱 신중해야 하고 수사권과 사법권이 없는 기관에서 조사하는 것은 몇번을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
물론 수사권과 사법권을 가진 기관에서는 고발서가 없이 쉽게 조사할수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국제 경기력 상위유지가 이런 무자비한 행위에 기인한다는 국가적인 창피함을 고려한다면 검찰이 못나설 이유도 없다. 대통령이 그 문제 엄격히 수사해서 처리하라고 지시 못할 이유도 없다. 검찰이 나서야 하고 정부가 엄단하겠다는 의지 공표를 해야 한다. 수사를 통해 나타나는 문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한다. 피의자는 물론이고 지도자를 감독하지 못한 학교 당국, 교육기관, 관련 체육단체 모두에게 연대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알면서도 모른척 은폐하려 했던 자들에게는 법이 할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제 식구 감싸기식이나 자기에게 불리한 경우 덮어두자식의 부정적인 온정주의 정신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정말이지 체육회나 인권위의 자발적 수사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 검찰이 나서 단 한번에 수사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각의 조사로 기관들은 의무를 다했다 할지 몰라도 조사당할 피해자들은 갖은 조사로 두번 세번 또 죽어야할지도 모른다.
또한 대안과 관련해서는 즉흥적인 안들이 남발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국민체육진흥법에는 선수의 인권보호와 관련한 법적 장치가 없다. 이번 사건처럼 선수를 지도자가 인격적으로 학대할 경우도 그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을뿐만 아니라 감독자 또는 감독기간에 대한 제재조치는 더 더욱 없다.
선수에 대한 성폭력이 합숙등에 기인한다고 하여 합숙금지와 같은 단기적인 대안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정부에서는 법적 장치와 더불어 지도자 윤리강령이나 선수의 인권보호 규정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그래서 지도자가 윤리강령의 40% 이상을 위반할 경우 당장 퇴출조치하거나 지도자로서의 생활을 제한해야 한다.
더불이 정부는 여성 체육지도자 양성과 자질향상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감수성이 민감한 시기의 여자선수들에게는 운동의 기술도 기술이지만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세세한 보살핌도 필요한 시기이다. 운동기계로만 양성할 것이 아니라 바른 성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도 지도자라면 당연하게 해야 할 지도 의무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번 고발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를 더욱 가슴아프게 하는 것은 선수들이나 피해자와 관계된 사람들이 강력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어쩜 그들은 강력 대응할 수 없는 한계를 스스로 배워오고 있거나 그렇게 학습, 활용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처럼의 학업전무 운동전부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학령기에서 배워야 할 기초학습조차도 무시하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풍토에서는 운동선수들에게 다른 선택의 기회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습부재는 사회적 다양성을 키우지 못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식을 잠재우며, 현재의 자기모습에만 집착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자기인식에서 운동 선수들은 절대 권력자인 지도자에게 저항할 경우 운동을 비롯한 아니 운동에 전 인생을 건 자기 자신의 모든것을 버려야 한다는 두려움에서 직면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단순한 길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에서 순종해버릴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것이 어쩜 운동선수의 학습부재에서 오는 문제일수 있다. 지도자도 학령기 학습부재가 선인 후 삐뚤어진 지도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올림픽에서의 10위권이 아니여도 좋다. 아시안게임에서 2위 수성이 아니여도 좋다. 이제는 운동선수에게도 운동 이외에 제 2, 제3의 길에 대한 선택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 길은 학령기 학습의무화에서 찾아줘야 한다.
학습을 통해 다양한 선택기회를 가질 능력을 배양한다면 이번 고발프로그램처럼 우리 운동선수들은 그렇게 처절하게 짓밟히지도 않았을 것이고, 무능력한 파렴치한 지도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당국의 바람직한 대안모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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