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같은 이야기

2차 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체육교류의 전망과 과제

성문정 2008. 1. 10. 11:45
 통일교육원 통일웹진 칼럼내용

 

정상회담 이후 남북체육교류의 전망

성문정(체육과학연구원)


여전히 우린 하나인가?

분단이후 남북은 각자의 정치이념체제로 60여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흔히 하는 말로 60년이란 세월은 강산이 무려 6번이나 바뀔만한 시간이고 2세대가 교체된 참으로 엄청난 시간들이다. 물론 반만년의 역사앞에선 찰라와 같은 시간이겠지만.

그런 6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린 여전히 하나인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감정을 가졌고, 같은 반도에서 사는 사람들이기에 우린 여전히 하나인가?

냉철히 생각해서 우린 그렇다. 하나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들이 우리 한반도 남녁엔 얼마나 살까?

사실 60여년이란 세월은 당초 하나였던 우리를 ‘지금도 하나다’라고 쉬이 말하기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서로 상반된 정치이념속에서 살아온 우리들..

때문에 지금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교육과 함께 극히 비정치적이고 순수학문과 실천 분야인 체육과 예술분야에 이르기까지도 차별화가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남북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국민이라면 아마도 필자가 앞에서 제기했던 ‘지금도 하나다’라고 쉬이 말하기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라는 말에 조금은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하나임을 강조하기 위한 여전한 몸부림들

그렇다! 우린 분명 하나였다. 그래서 둘로 갈라 살아온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들은 그 하나임을 확인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노력으로 우리는 지난 1991년 12월에 이른바 ‘남북한 기본합의서’를 만들어 냈다. 이 합의서의 제16조에는 “남과 북은 과학․기술, 교육, 문화, 예술, 보건, 체육, 환경과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및 출판물을 비롯한 출판․보도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은 사회문화분야에서의 교류를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상호 추구하는 목적이야 어떻든 간에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남북간의 다양한 교류협력 중에서 모든 교류협력이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특히 체육분야의 교류협력에서 중요하게 여겨야할 것은 다른 여러나라와의 국제체육교류처럼 다양한 교류방식으로 이루어나가되, 본질적으로는 교류협력의 목표가 민족의 화해, 협력, 통일이라는 과제를 달성해가려는 노력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체육교류는 스포츠라는 국제적인 공통분모를 가지고 남북이 상호 동등한 입장에서 교류하는 것으로 정부차원의 접촉이나 경제적 동기를 주축으로 하는 교류협력의 한계를 벗어나 차별화 되어가는 남북의 현상태를 극복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스포츠교류인가!

남북체육교류는 추진하는 수준에 따라서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비용이 크게 드는 것도 아니다. 또한 분야에 따라서 북한이 쉽게 응할 여지도 많다. 남북관계에서 체육분야의 경우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와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 구성 경험이 있고, 2002부산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북한선수 및 응원단 파견이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올림픽과 같은 국제종합경기대회에서의 남북한 동시입장은 벌써 9차례 이상을 실시해온 것처럼 이제 관례로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올림픽대회에서의 남북동시입장의 사례는 남북한 체육교류의 파급력을 극명히 보여 줬다. 다른 분야의 교류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감안하면 동시입장의 경우 별다른 비용(단복구입비 정도가 전부)을 치르지 않고도 그 어느 분야에서도 해내지 못하는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체육교류는 현단계의 평화정착과 화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 ‘우리는 여전히 하나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교류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의를 바탕으로 남북간의 체육교류가 갖는 특징 및 장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한 체육교류는 역사성을 갖는 행사로서 전통을 갖고 있다.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이루어졌던 경평전과 같은 대회가 분단전부터 해방직후까지 면면히 유지되던 남북체육교류의 전통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남북체육교류에 대한 민족성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가 쉽고 교류의 이념을 창출해 내기에도 용이하다.

둘째, 체육교류는 타 분야의 교류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대중성을 지닌다. 음악, 미술 등의 교류가 고급문화 향유자와 일반인간의 괴리로 대중적 관심 확산이 불리한데 반해서 체육은 전문선수의 교류마저도 ‘보는 스포츠’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수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전체가 교류의 내용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남북한 체육은 타 분야에 비해 높은 동질성을 갖고 있다. 체육교류는 20세기 스포츠의 세계적 규격화로 남한체육과 북한체육의 이질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 따라서 교류될 프로그램의 내용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남북교류의 장애요인이 없다. 또 신체의 표현 형식에서 이념이 드러날 소지가 거의 없으므로 교류의 내용과 형식에서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간의 이질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체육교류는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정경분리 원칙하에 교류를 용인 받을 소지가 크다.

이외에도 체육교류는 국제단체를 통한 중재성을 띄고 있다. 남북간 체육교류는 두 당사자간에 진행되지만 국제체육의 현장에서 IOC, FIFA, 각 종목별 세계연맹 등 국제체육단체라는 중개자가 존재한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부문의 교류와 다른 틀을 갖추고 있다.

이상과 같은 특성으로 인해 체육교류는 다른 분야의 교류보다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체육교류가 제2차 남북정사회담을 계기로 더욱 활성화 된다면 남북이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필수요소인 민족동질성 회복에 더 많은 활력을 가져 올 것이고 통일의 과정에서 민족화합을 이루어 내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전망과 과제

지난 10월에 있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역시 우린 하나구나’ 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준 또 하나의 증명이었다. 7년이란 오랜 기다림 끝에 두벅뚜벅 걸어 넘어가 이루어낸 이번 정상회담의 결론은 역시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이었다. 지금껏 남북관계에서 명제처럼 사용되어 왔던 ‘교류’와 ‘협력’의 틀을 넘어 ‘평화’와 ‘번영’으로 한단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질적 성숙을 가져왔으며, 하나가 되는 통일의 길로 그만큼 깊숙이 진입해 왔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는 얼마나 더 평화로워지고 번영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쉬이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지금부터라 할수 있다. 지금부터 우리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들이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디딤돌이란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하나하나씩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체육부분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우리 체육교류는 주요 국제대회 공동입장식 등 행사 중심의 인적교류가 대부분이었으며, 교류 창구는 대한올림픽위원회중심의 독점적 구조였고, 지방자치단체 및 기타 체육단체의 남북체육교류 창구는 부재하여 교류시 제3자를 통한 교류접촉이 이루어짐에 따라 교류 비용 지출이 과다했다. 또한 정부간 교류 창구 부재로 인해 민간차원의 교류가 거의 불가했으며, 단일팀 구성시 우리선수에게 올 수도 있는 불이익을 보호해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미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남북체육교류는 이미 남북정상이 2008 북경올림픽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처럼 지금까지의 공동입장의 틀을 넘어 상호방문에 의한 공동훈련, 단일팀 구성 등으로 한층 발전해 나갈 것이다. 또한 남북간 체육학술교류, 북한 우수선수의 남한 프로팀 입단, 씨름 등 민족스포츠 교류, 전국체전 등 주요대회 상호 방문 참가 등에 대해 서로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추진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해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북한의 문화중의 하나인 아리랑축전의 세계화를 위한 공동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추진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처럼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서로 윈윈전략측면에서 해야할 일과 이루어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내외의 지지와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작은 것에 연연하여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도록 거시적인 입장에서 준비해야 한다.

남북응원단이 경의선을 타고 출발하는 것처럼 남북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과 그로 인해 하나임을 느끼는 통일의 체험장이 더 많아지는 날, 남북의 평화와 번영은 통일을 향해 더 힘차게 달려 갈 수 있음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