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맛 이야기

초겨울에 맛본 전라도 음식들

성문정 2007. 12. 15. 09:58

지금껏 지방을 다닐라치면

그 지역에서 괜찮다는 음식을 찾아 맛보는 것도

나에겐 또 하나의 습관이 되어버린지도 오래다

 

그런 습관이 있기에

월초에 지방으로 몇일간의 출장길을 나선길에도 어김없이

이곳 저곳의 맛들을 만끽했다

 

먼저 전주로 가서는

구 시가지에 있는 백번집이란 한정식을 갔다.

예전엔 요정 비슷했다는 곳이라는데 건장한 사내 둘이서 한상을 차려 들고 들어오더라

한정식이라 해바야 한상에 얼마..이런식이라 

이것저것 나온 것들이 푸짐하고 정갈..깔끔하긴 했으나

예전의 은은하면서 깊고 단백했던..

그래서 음식의 향이 여운처럼 뇌리속에 흐르는 그런 느낌이 약하더라

이러한 맛은 목포의 유달산 아래 옥정이란 집도 비슷...

지인의 말에 의하면 두곳 다 그 지역에선

그래도 가장 알아주는 품위있는 한정식집이기에 안내했다지만

나에겐 제법 아쉬움으로 남는 그런 집들이더라..

 

전주를 떠나기전 아침에 해장국 삼아 들린 어느 시장터

안팎으로 빽빽이 들어선 콩나물 해장국집들중에 구비구비 돌아 안쪽으로 자리잡은

현대옥이라는 비좁은 집에서 맛본 콩나물해장국은..

육수가 지금생각해도 캬아~~가 절로 나올만 한 그런집이더라

아침에 30여분을 서서 기다린 보람..

간단히 콩나물해장국 한그릇에 반찬이라곤 절인 깻잎뿐이었지만

그 맛은 오묘함은 가히..미증류의 맛이더라

 

다시 정읍으로 돌아 일을 마치고 요즘 저렴한 가격으로 소고기를 판매하여

각종 메스컴에 오르내리는 산외면 한우식당거리로 한참을 달려갔다

맛은 특급 한우는 아니니 그려러니하겠지 싶어도 가격이 삽겹살보다 싸던 그곳

육사시미 한점 입에 무니..소주한잔이 절로 생각나게 하는 그맛..점심이라 무지 아쉬움만 컸고

 

그렇게 정읍을 나서 장성을 지나 목포에 일러 일을 마치니 저녁 8시..

유달산 아래 옥정이란 한정식에 들러 한상을 앞에두고 만담삼아 곁들인 술잔들...

유명한 분들이 다녀갔다지만 그집의 한정식 역시 그래 이맛이야~ 그런 느낌이 약하더라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그렇게 보낸 시간이 음식의 아쉬움을 달래주더라..

 

아침엔 2호광장 주변의 복국집에 들러 복국의 시원함으로 속을 달래고

다시 완도로....

오랜만에 가본 완도지만 남녁이라 그런지 겨울이지만 남도의 포근함이 가득하더라

일을 마치고 오늘이 강행군의 마지막이다 싶어

완도의 특산을 맛보기 위해 선창가로 들어서니..여기저기서 모두 전복..

관계자의 안내로 그중에 한집을 골라 들어가니...

차려나온 전복의 푸짐함과 횟감의 졸깃함...그리고

거기에 갓나온 초벌 햇미역 상큼함이 곁들이 부드러운 그 맛과

곁들여 나온 반찬의 담백함 들은...역시..

남도의 맛은 이런 느낌이구나를 기억하게 하더라...

 

겨울이라 풍광은 허할지라도

그 움추림속으로 스며들어 맛보는 이로 하여금 저를 기억하게 하는 남도의 맛..

정갈하게 포장된 그것들보단.. 역시..

칼자루 도마에서 베어 제껴지고 요란스럽게 흐드러진 보통상위의 맛들이

아직은 내게 더 나은 맛으로 다가오는 건

난 여전히 촌놈의 미각을 가진 놈임을 느끼게 하더라..

행복한 촌놈의 입맛을 가진 그런 놈임을..

 

12월초 전라도 나들이 중에

서울 촌놈 청현 성문정 남도 맛에 대해 까불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