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같은 이야기

생활체육의 비정치성에 대한 단견

성문정 2006. 7. 25. 16:55
  

국민들의 자발적 체육활동조직인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국체협)가 흔들리고 있다. 회장선출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갈등구조가 원인이다. 국체협은 전임 회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도 사임한 이후 대행체제를 유지해오다 지난 6월 26일 대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이강두의원을 신임회장으로 선출하였다.

현재 국체협이 흔들리는 원인은 이렇다. 국체협은 공석중인 회장 선출을 위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회장후보 공모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법계, 학계, 언론계 등 각계의 인사 9인으로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추천위원회는 지난 6월 12일 등록 후보 5명 중 2명(이강두 의원, 배종신 전 문화관광부차관)을 최종적으로 복수추천하여 문화관광부에 보고하였으나, 문화관광부는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하여 후보를 추천한 것은 자체적으로 정한 심사기준인 ‘정치적 중립성’ 항목에 어긋나는 결정이라며 재 추천할 것을 통보하였다.

이 과정에서 문화관광부 출신의 배종신 전 차관이 사의를 표명했으며, 국체협은 회장추천위원회의 추천과정과 추천결정에 위법성이 없음을 재확인하고 운영규정에 의거하여 6월 26일 대의원총회에서 단일후보인 이강두 의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 재적 대의원 150명 중 참석 대의원 138명이 투표한 결과 찬성 123표 반대 14표 기권 1표로 이강두 의원을 회장으로 선출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지난 5월 국체협 이사회에서 정한 회장추천위원회 운영규정과 세부심사기준이다. 즉, 동 운영규정 제8조(응모자격 요건)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리더십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로 정부의 생활체육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라고 기술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포츠분야에서의 비정치성은 국제적인 공감대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올림픽시기에는 전쟁 당사국간에 휴전을 공유하는 등 스포츠를 통한 인류평화를 실현하고자 했으며, 스포츠단체의 장이 직권을 이용하여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해 왔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회장선거에서 국체협이 스스로 정한 회장응모자격요건의 정치적 중립은 정치적 인사에 의해 한국스포츠의 수장이 결정되고 경질되는 한국 스포츠역사에서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역사적 전진이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격언을 증명시키기라도 하듯이 국체협 스스로의 당초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 아니 현역 국회의원을 회장으로 선출하고 만 것이다.

국체협 이사회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항목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현역의원, 당적보유, 정치적 성향 등)가 모호하며, 정치적으로 중립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정치인은 후보자격이 없다는 등식으로 성립시킬 수 없음으로 “정치인도 회장후보 자격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그래도 이대목에선 아쉬움을 넘어 강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법계, 학계, 언론계 등 각계의 인사 9인으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가 ‘정치적 중립’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또 정부는 추천된 후보가 전직 문화부 차관출신이 후보와 경쟁하는 야당의원이기에 ‘정치적 중립’이란 말에 과민반응하여 “옳거니!” 하고 재 추천할 것을 통보하였을까?

지난 88서울올림픽 성공의 유산으로 태동된 국체협은 과거에는 집권당이 동료에 대한 보은적 차원에서 회장직함을 선물했던 어두운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누가 뭐라해도 우리나라 생활체육수준을 준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 공신이 국체협이기도 하다.

현재에도 국체협은 정부의 생활체육사업을 대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매년 200억원이 넘는 거대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민법상 민간법인이면서도 정부의 생활체육사업을 독점적으로 대행하는 특수기관인 것이다. 이런 국체협이 스스로 정한 규정을 무시하고 정치인을 회장으로 옹립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바탕으로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조직을 이끌고 자립시키는 순수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서야하는 중대한 시점에서 꼭 그렇게 했어야 하는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필자는 새로 선출된 회장측과 이를 승인해야 하는 문화관광부 사이에 길고 긴 대립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이미 새로 회장으로 선출된 이강두의원은 자기를 회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야당에 대한 탄압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또한 이미 ‘정치적 중립성’ 항목에 어긋나 재 추천할 것을 통보했던 정부로서도 스스로 회장 승인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미 법정싸움이 시작됐다.

이 법정 싸움으로서 서로의 갈등은 커질 것이고 그 속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생활체육수준을 준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 공신인 국체협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비록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긴다해도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당초 목적 앞에서는 스스로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즉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분없는 싸움에 그 피해는 누가 볼까? 바로 국민이다. 생활체육을 사랑하는 국민들은 국체협이 스스로 정한 규정을 뒤엎으면서까지 정부와 명분없는 싸움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시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왜곡 되어온 한국체육단체의 수장 선출 풍토를 바꿔 놓는 진정한 용기를 국체협이 앞장서서 보여주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