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정책 이야기

북한의 국제 스포츠 재개 동향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의미

성문정 2023. 12. 7. 17:33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국제 스포츠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북한이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엔데믹 현상과 북한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 시효 종료가 그 원인일 수는 있지만 북한은 923일부터 10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선수단도 2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였다.

사실 북한이 국제 스포츠계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견은 여러 통로를 통해 나타났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두고도 국경 개방의 조짐을 보이지 않았던 것에 비추어 국제 스포츠 무대에 등장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은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신청 종료를 앞두고 참가신청을 했으며, 조총련에게도 선수단 참가를 요청했다.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IOC주관 국제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것은 지난 2021년 도쿄하계올림픽 불참을 이유로 IOC로부터 받았던 IOC주관 국제대회 출전 자격정지 징계가 202212월을 끝으로 풀리면서 내부적으로 체육부분의 성과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2023년 2월 북한 김정은은 그동안 공석이었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서 공식 서열 3위인 김덕훈 내각총리를 임명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해 열린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를 딸과 함께 관람하는 등 자신이 집권 초기부터 강조해왔던 체육강국의 열풍에 대한 기조를 다시금 이어 나가는 듯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줬다. 이처럼 그동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잠잠했던 북한의 체육활동이 다시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은 김일성시대부터 줄기차게 혈맹 국가임을 강조해왔다.

할아버지부터 유지해온 혈맹국가의 안마당에 치러지는 전체 아시아인의 스포츠축제에 북한은 참가 의무가 있는 회원국가이다. 따라서 북한이 회원국가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석연찮은 핑계로 불참한다는 것은 혈맹국가인 중국은 상당한 모욕을 주는 행위로 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앤데믹 시기에 집권 초기부터 강조해왔던 체육강국의 통치철학을 포기할 명분 또한 찾기 어려웠을 것이고 아시안게임 이후 본격적으로 치러질 2024 파리올림픽의 예선적 참여를 위한 북한의 경기력 점검의 최적 환경을 무시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은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 스포츠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현재 북한선수단의 경기력 수준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 이후 거의 5년 동안 북한의 내외적 선전매체에서도 북한 선수의 우수한 성적을 자랑거리로 내세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은 김일성 시대에는 우리나라에 이은 아시아권 4위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왔으나 1996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아시안게임에서 16(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난의 행군시기와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경제가 어려워 선수단의 훈련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한 이유이다.

고난의 행군은 국제 스포츠계에서 북한의 존재가 잊혀져 가는 시기로 진입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결과인지는 몰라도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체육강국의 열풍을 강조하면서 체육부분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였다. 마식령스키장, 문수물놀이장, 미금승마장, 안골체육촌 리모델링, 평양국제축구학교 설치 등이 그것이다. 김정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기력은 아시안게임은 10(2018 자카르타대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정도의 성적은 김일성 시대의 반에도 못미치는 성적으로 북한 내에서도 김정은의 체육분야 지도력에 의문을 품게 할 수밖에 없는 실적이고, 나아가 체육강국을 실현하는 담당자들을 숙청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참가는 북한 체육계에는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다. , 성적에 따라 김정은의 통치이념을 적극적으로 수용,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애국인사냐 아니면 지난 여름 침수현장에서 "건달뱅이 내각"이라 격노한 것처럼 숙청과 희생양 찾기의 대상이 되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왜 북한이 일본의 조총련에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선수단 참가를 요청했는지를 가름해 볼 수 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헌법(55)에서까지도 국가는 김일성 주석이 강조한 체육을 대중화, 생활화할 데 대한 방침을 관철하여 전체 인민을 로동과 국방에 튼튼히 준비시키며 북한 실정과 현대 체육기술 발전추세에 맞게 체육기술을 발전시키는 책임을 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김일성의 이러한 절대적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2024 파리하계올림픽대회 참가를 위해 다양한 국제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의 통치이념인 체육강국의 열풍을 구현하기 위해 국가통제중심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훈련에서 선수들의 인권은, 자아실현은, 행복은 사치일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주는 것이 세계공통 언어이다. 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꿈꾸며 힘듦을 인내하고 즐기며 훈련하는 우리 남한의 선수들처럼 북한의 선수단도 승리의 영광은 조국과 위대한 수령에게 바친다는 일상적 인위적 모습 대신 이제는 참가와 승리를 만끽하며, 활짝 웃으며 경쟁자들을 껴안고 셀카를 찍으며 즐기는 스포츠문화가 북한선수단에서도 솟아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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