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같은 이야기

지방체육회의 청사진을 그리다

성문정 2020. 4. 3. 14:56

지방체육회의 청사진을 그리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지난 115일부로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 제43조의2(체육단체의 장의 겸직 금지)조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은 지방체육회장을 겸직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했다. 즉 민선 지방체육회장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지방체육회장은 지방체육의 발전이란 명목하에 광복이후 70여년이 넘게 지속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겸직해왔다. 그로 인해 지방체육의 안정적 발전의 이면으로 다르게 지방체육이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관치형 발전이 이루어져 체육인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역시 선거에 의해 선출되면서 지방체육회장인 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 단체를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아오기도 했다. 실제로 체육회장을 겸직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회 사무처()장 임명 권한을 갖기 때문에 지방선거 때마다 체육단체가 선거 조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선거 후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운동원이 체육회 사무처()장 임명된 사례가 빈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체육인들은 지방체육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만 스포츠를 통한 지역주민의 건강한 여가와 스포츠복지서비스 제공의 풀뿌리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시민 건강과 지역사회 공동체문화 창출을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해왔다. 조직 운영 또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조직의 대표이기에 법인격으로서의 위상을 갖기보다는 임의적인 비법인 단체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지방체육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방자치단체장은 더 이상 지방체육회장을 겸직할 수 없다. 지방체육단체도 이제는 자생력을 갖춰 자립하고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조직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스포츠복지구현과 지역체육발전의 중추기관으로 조직의 위상을 정립하는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혁신과 더불어 체육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출발의 시작은 지역정치의 도구화에서 벗어나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를 내 삶의 행복으로 여기는 지역주민들을 보고 당당하게 체육인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의사결정 및 행동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법인체로 우뚝 서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지방체육회는 정부가 수립하고 대한체육회가 집행하는 각종 중장기 계획이나 세부사업들을 수행하는 객체이거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사업방향이 휘둘리는 갈대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대한체육회의 지부(2016년 통합 이후는 지회)로서의 의무수행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자 해당 지역 체육회의 당연직 회장인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조직체계성의 한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 동안 정부는 지속적으로 지방체육회의 해당 지역 체육단체의 법인화를 강조했다. 지난 2016년 체육단체 통합시에는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까지 받아 지방체육회의 법인화가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까지 확인시켜 주었다. 나아가 2019년 국회에서 시행된 지방체육회 처장 간담회지방체육시대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지방체육회 스스로가 법인화 추진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비록 늦었지만 다행스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체육회의 법인화는 머뭇거리고 있다. 바로 지금이 적기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민선체육회장이 그려야할 첫 번째 청사진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할 일은 해줘야 한다. 정부는 지방체육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조직운영이 불확실하거나 위촉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방체육발전의 집행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국민체육진흥법개정을 통해 지방체육회의 안정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역 체육진흥조례를 개정하여 지방체육회 설치근거와 예산지원 근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러한 법적 물적 토대를 기반으로 지방체육회는 더 이상의 중앙체육단체의 사업을 받아 수행하는 대리인이 아니라 지역체육발전의 중심체로서 주민들의 체육활동 참여 지원 후원자이자 동반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스포츠클럽을 통한 지역체육발전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참여도 그 중 하나이다.

스포츠클럽의 육성은 운동부 중심, 소수 성인동호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스포츠 발전 및 진흥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스포츠관련 국가 대 혁신프로젝트다. 정부는 스포츠선진국처럼 스포츠클럽이 지역주민의 사랑방이자 지역사회발전의 공동체가 되고,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배우며 나아가 국가대표선수가 될 수 있는 선수육성체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이 모든 사업은 공익사업으로 지방차원에서는 비영리 법인체인 지방체육회만이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할 수 있거나 지역사회에서 영리적으로 운영하는 체육도장이나 스포츠클럽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지방체육회는 그간 70여년의 역사 속에서 해당 지역의 체육발전을 이끌어 온 주체였다. 해당 체육의 체육실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정확하게 지역의 체육발전을 견인할 동력과 서비스역량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 동력과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민선체육회장과 함께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지역체육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중앙체육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대리인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건강한 여가와 스포츠복지서비스의 거점기관과 지역체육발전의 주체로서 당당하게 그 길을 가야 한다.

그렇게 가는 길에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체육회의 동반자가 되고 중앙체육단체는 지방체육회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글은 서울시체육회 홍보지 시울체육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