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정책 이야기

북한의 우수선수 육성과 스포츠스타

성문정 2019. 2. 12. 15:31

북한의 우수선수 육성과 스포츠스타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여자농구단일팀 화제의 스타 로숙영 북한선수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서 여자아이스하키가 단일팀을 구성한 후 최근 자카르타-팔램방아시안게임에 이르기까지 주요 국제대회에서의 단일팀 구성운영은 이제 일상화된 이벤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했던 종목을 중심으로 북한 국적의 우수선수를 남한의 프로리그에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들까지 제기되고 있다. 자카르타-팔램방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구성운영하면서 우리나라 관계자에게 그 실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여자농구팀의 북한 선수 로숙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카르타-팔램방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구성운영한 여지 농구팀은 결성 당시 화학적 결합이 되겠느냐 등 여러가지 물음표가 붙었던 단일팀이지만 선수들은 빠르게 손발을 맞췄고 경기력을 끌어 올리며 아시아 전체에 큰 울림을 선사했다.

아깝게 중국의 벽에 막혀 2018자카르타-팔램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은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은메달의 성과까지 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업적이다. 기대 이상의 힘을 보여준 북한 선수들의 기량과 이들과 화합하며 노력한 국내 선수들이 만들어낸 하모니의 결과였다.

특히 아시안게임 최고 스타 중 한명으로 떠오른 북측 선수 로숙영으로 인해 잠시나마 우리 국민들을 여자농구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로숙영이 떠 올랐고, 로숙영은 한국여자프로농구(WKBL)에 오면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될 것이라는 단일팀 이문규 감독의 예상대로 전력의 핵심이 되기도 하였다. 뛰어난 힘과 스피드, 그리고 기술이 조화를 이뤄 아시아 여자 농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를 계기로 지난 10월 모 언론사에서 개최한 한국농구발전 포럼에서는 한국농구발전을 남북 교류에서 희망을 찾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포럼에 참가한 농구인들은 상당수가 공감대롤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금당장은 쉽지 않고 해결해야할 사안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북한에서는 어떻게 선수를 양성할까?

북한의 로숙영 같은 선수가 나타나 아시안게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북한에서는 어떻게 선수를 양성할까라는 점에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여러 번 언론에 나타난 것처럼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체육강국 실현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자축구, 마라톤, 역도, 권투, 탁구, 레슬링, 유도, 기계체조, 양궁 등을 9개의 승산종목으로 제시하면서까지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어떻게 선수를 양성하고 있을까?

사실 북한에서는 우리와 같은 프로구단은 없지만 다양한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직장운동경기부와 비슷한 체육단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학교단위부터 선수육성을 체계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 북한에서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체제로는 체육소조, 청소년 과외체육학교(체육구락부), 체육학원, 체육대학 그리고 체육선수단(이하 체육단) 등이 있다.

체육소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일반화 되어 있으며 운동선수로 입문하는 초기 단계로서 각 학교마다 23개의 종목별 소조가 설치되어 있다. 운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최근의 학교스포츠클럽과 비슷하다.

청소년 과외체육학교는 정규체육기관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과외 체육활동의 중심으로서 시, , 구역에 1개씩 설치되어 있는 체육회관을 중심으로 축구, 농구 등 구기를 비롯하여 육상 및 투기 종목 등 20여 종목의 체육소조가 조직 운영되고 있다. 각 지역에 위치한 체육관이나 학생회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전문지도자에 의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다는 점에서 일종의 스포츠클럽의 형태라 할 수 있다.

체육학원은 체육영재를 위해 각 시도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소학교 졸업생과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교육하는 기관으로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8년제 남포체육학원(중앙체육학원)7년제 양강도 체육학원, 함남 체육학원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체육중고등학교와 비슷하다

또한 각 도에 설치한 3년제 체육전문학교 그리고 평양체육대학은 엘리트스포츠의 산실로 종목별 전문 훈련을 받는 일종의 체육영재 교육기관이다. 3년제 체육전문학교는 고등체육전문학교로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각 도에 설치된 스포츠학교를 폐지하고 1972년부터 각 도에 1개교씩 설립한 체육전문학교이며, 국가대표선수 선발 및 체육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우리나라의 체육대학들과 비슷하다.

중앙기관에 설립된 중앙체육단, (직할시)체육단 그리고 겸직 체육단 등 북한의 체육단은 직업적인 체육인 양성과 훈련을 위해 조직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실업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최고 수준의 우수선수를 배속시켜 전문체육기구로 운영하는 중앙단위의 체육단이 20여개가 있고, 기타 각 도에 구성된 선수단을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약 40여개에 이른다.

현재 북한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 체육단은 특정종목에 편중된 팀의 구성이 아니라 전 종목에 걸쳐 선수들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1개 체육단의 규모는 보통 500여명 내외로 비교적 대규모이다. 체육단간 대항리그를 통해서 최우수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며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면 국제대회 출전 35개월 전에 평양 등 종합 훈련소에 입소하여 기술을 익히기 위한 경기위주의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일반선수 양성체제의 핵심이 되는 체육단으로는 425체육단, 28체육단, 기관차체육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북한에서의 운동선수 육성은 우리나라의 선수선발 육성 방식과 유사하다.

 

북한에서는 누가 유명한 스포츠스타일까?

북한에는 우리나라의 박지성, 박찬호 등과 같이 유명한 국제적인 스포츠스타는 없지만 로숙영이나, 이분희(탁구), 계순희(유도) 같은 선수는 우리나라에 익숙하게 알려진 북한에서도 유명한 운동선수들이다.

이들을 각 종목별로 살펴보면 먼저 축구선수로는 우리나라 프로리그에서 뛰었던 정대세, 안영학선수를 기억하시겠지만 이 두 선수는 엄밀하게 말하면 북한선수라고 할 수 없다. 부모들이 모두 분단된 남쪽이나 북쪽을 선택하지 않고 일본에 거주하며 남한 국민도 북한 국민도 아닌 조선인으로 살아가는 일본 국적의 우리 민족 선수이다. 다만 차이가 나는 것은 이들이 일본 국적 외 북한 국적을 하나 더 가진 이중국적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축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현재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몇 선수를 떠 올릴 것이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는 한광성, 최성혁 선수와 스위스리그에서 뛰는 박광룡 선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광성 선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축구 유학을 했으며 2015년 칠레 U-17 월드컵에서 잠재력을 입증해 영국 일간 가디언이 그해 "1998년 출생한 세계 50대 축구선수' 중 한 명으로 뽑기도 했다. 현재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광성은 기량이 출중하여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서 관심을 보일 정도이며 이적료가 약 2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들 선수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제재의 움직임도 있다. 지난 2017년 이탈리아 의회는 한광성 선수가 소속된 칼리아리의 구단이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며, 이탈리아 정부에 한광성의 칼리아리 입단을 두고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인지 검토해 달라는 질의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당시 이탈리아 하원 외교위원회 카르타펠레 프로코피오 리아 의원과 미켈레 니콜레티 의원은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 중 하나인 세리에A에 북한 선수가 진출하게 된다면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조치를 위반하는 명백한 증거가 되는 동시에 가장 낮은 수준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는 선수가 이탈리아에 체류하게 됨을 의미한다", 북한 국적 선수의 이탈리아 리그 활동을 반대하는 주장을 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에는 한광성보다 먼저 세리에A에 진출한 최성혁 선수에 대해서도 이탈리아 의회가 비슷한 내용의 질의서를 정부에 제출하자 최성혁 선수가 있던 피오렌티나는 질의서가 발송된 직후인 20167월 최성혁을 방출하기도 하였다.

북한의 유도선수 계순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유도 여자 48kg급에 만16세의 나이로 출전하여 결승에서 당시 84연승을 달리는 세계 최강인 일본의 유도 영웅 다무라 료코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선수다. 계순희 선수의 금메달은 북한의 유도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자, 16세 나이로 당시 유도부문의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했다. 그 후 1997년부터는 체급을 올려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와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0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57kg급에서 은메달, 2005년과 2007년 세계 선수권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땄다. 이러한 수상 경력에 의해 계순희는 김일성상 수상을 비롯해 '노력영웅', '인민체육인' 등의 칭호를 받는 등 운동선수로는 북한에서 최고의 지위를 얻는 영예를 누렸다. 그 후 2010년 현역에서 은퇴, 코치로 전업하여 런던올림픽 북한 유도 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면서 안금애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는데 안금애의 금메달은 북한에서는 계순희 이후 2번째 북한 유도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육상에서는 1998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여 북한의 영웅이 된 정성옥선수가 있다. 정성옥은 1998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당시 강력한 우승후보인 일본의 이치하시를 막판 400미터 스퍼트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후 정성옥은 북한주민의 열광적인 환영 속에 귀국, ‘공화국영웅 인민체육인칭호와 더불어 고급승용차, 고급아파트를 받았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되기도 하였다.

이외에 농구에서는 북한 역사상 최초로 NBA 선수가 될 뻔했으나 무산된 리명훈선수가 있고, 체조에는 1991년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평행봉 종목에 출전하여 심판 전원 만점을 받는 완벽한 경기로 1위를 차지함으로써 김광숙 돌기란 용어를 만들어내 체조요정이란 별명이 붙은 김광숙 선수가 있다. 북한은 김광숙에게도 공훈체육인 인민체육인 칭호를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역도의 김은국, 엄윤철, 림정심 선수와 체조의 리세광 선수들이 유명하다.


이글은 월간 북한에 게재된 내용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