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스포츠교류의 성과와 과제
성 문 정
남북긴장과 평창올림픽
남과 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하였다. 지난 3월 5일 대북 특사단이 조선노동당 본관(진달래관)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면서 확인하고 귀환한 3월 6일에 발표한 내용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경색되어 오던 남북관계가 한순간에 풀릴 조짐이 보인 획기적인 발표였다.
그간의 남북긴장 및 경색국면을 평화 화해분위기로 변화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누가 뭐라해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및 페럴림픽 대회’(이하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약칭) 기간에 이루어진 남북간의 접촉과 왕래였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은 김여정 특사를 비롯하여 선수단, 응원단, 예술공연단을 포함하여 총 400여명 이상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민족의 경사라고 칭한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의 성공을 위해 파견하였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선수단의 신변보호와 안전문제로 불참 가능성까지 타진하던 여러 국가들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대회는 역대 가장 성공한 대회이자, 가장 안전한 대회였다는 평가를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많은 학자들이나 올림픽 전문가들은 평창올림픽이 다시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구현’이라는 올림픽의 기본 가치를 재현했다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남북관계는 비단 이번의 평창올림픽을 통한 교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대회 및 남북 당사간 스포츠교류를 통하여 긴장을 완화하고 민족공동체를 복원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
그간 남북 스포츠교류의 성과와 한계
남북간의 스포츠교류를 위한 최초의 접촉은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경기대회에서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해 1963년 1월 스위스 로잔에서의 회담에서 였다. 이후 냉전 이데올로기의 강화에 따라 남북 스포츠교류는 회담조차 없이 1978년까지 이어졌으며, 김대중 정부 이전까지는 실질적인 스포츠교류라기 보다는 접촉단계로서 의미를 가지며 주로 회담을 통한 교류가 이루어진 것이 이 시기 남북스포츠교류의 특징이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남북 정부간 체육회담은 소강상태였으나 민간 차원의 교류는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1999년 8월 남북노동자 축구대회, 11월 남북 통일농구경기대회 등 다양한 교류를 시작했으며, 6.15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2000 시드니올림픽대회에서는 동시입장을 성사시키는 등 남북 스포츠교류 활성화에 초석을 마련하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6.15선언에 따라 남북관계에 불었던 훈풍이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어지면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대회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2005년 ‘코리아 민족의 체육발전을 위한 학술토론회’ 개최(베이징),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및 통일축구대회에 북한 남․여 선수단 참가, 2007 FIFA청소년(U-17)월드컵경기대회의 북한참가 등 역대 정권 이래 가장 많은 남북스포츠교류가 이루어졌다.
또한 비록 실행에는 실패했지만 2007년 개최된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경기대회를 위해 경의선 열차를 이용, 남북공동응원단을 파견하자는 합의까지 이루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스포츠교류 기조는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08년 7월 우리 국적의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피격과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후 남북관계는 더욱 급랭하면서 남북당사자간의 스포츠교류 또한 국제대회와 민간부분에서 주최한 제3국을 통한 교류 이외에는 별다른 교류를 하지 못했다.
실제로 피격사건 이전인 2008년 3월과 4월 제주에서 개최된 레슬링과 유도 대회에는 북한 선수단 참가하는 등 이전의 교류를 유지하는 듯했으나, 피격 사건 후에는 대부분 국제 경기단체의 회원국가로서 대회(2008년 제3회 동아시아축구대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월드컵경기대회 아시아 예선과 최종예선 참가 등)에 참가하여 남북대결이 이루어지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부의 간섭이 약한 민간부분에서는 국제탁구연맹과 국제 스포츠 평화교류 비정부기구인 ‘피스앤스포츠’라는 단체가 공동 주관하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회 Peace and Sports Cup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여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부터 이어져온 남북경색 국면의 연장에 따라 스포츠교류의 경색국면 또한 지속되었다. 다만, 박근혜 정부에서도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가 2013년 7월에 대한민국에서 개최됨에 따라 북한여자축구대표팀이 7월18일 방한하고, 아시아역도연맹이 2013년 9월12~17일에 평양에서 개최한 2013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에 우리 선수단이 참가하는 등 국제대회에서는 각자가 회원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할 뿐 남북 당사자간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다. 특히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에서는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남북한 단일팀 구성방안을 추진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였다.
이러한 경색 국면을 타파하고 남북간의 스포츠를 매개체로 한 교류가 시작된 것이 바로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그 동안의 남북 스포츠교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당사자간 교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의해 남북간 긴장이 상대적으로 완화되면서 노무현정부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교류가 있었으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2010년 천안함 사건, 5.24조치 선언 등으로 심각한 경색 및 단절 국면에 처해 있었다.
이처럼 남북 스포츠교류협력은 남북한 당사자간 정체적, 군사적 상황에 따라 활발한 교류와 심각한 중단을 반복하는 등 스포츠 외적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아 왔다. 따라서 남북 스포츠교류협력은 포괄적인 남북교류협력 추진정책과의 상호 유기적인 공조체제 하에서 독자적인 활동영역의 확보를 위한 독자성, 다양성 그리고 대중적 접근성의 기본적 원칙하에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노력이 필요하나, 체육계의 역량 부족과 법제적 환경 등의 부재에 따라 부분적, 비지속적으로 이슈에 따라 이루지는 한계를 보여왔다.
남북 스포츠교류를 위한 제언
남북 스포츠교류를 통해 남북간에 평화와 화해 분위기를 정착시킨다는 것은 통일 환경의 조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사회문화 공동체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특히, 통일의 궁극적인 목표가 단순히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분단으로 좌절된 민족국가 복원과 민족공동체의 회복을 통하여 민족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 본다면 남북간의 안정적인 스포츠교류는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
남북간의 스포츠교류협력은 다음의 몇 가지 점에서 타 분야의 교류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남북한 스포츠교류는 역사성을 갖는 문화행사로서 전통을 갖고 있다. 경평전과 같은 경기대회가 남북 스포츠교류의 전통을 이어 왔다. 경평전은 1929년 시작된 경성(서울)과 평양간에 축구교류전으로서 당시에는 민족의 관심사였다고 기록되고 있다. 이 대회는 함흥을 포함한 3대도시 교류전에서 나중에는 전국 주요 도시대항전으로까지 발전하였으며 축구 이외에 농구까지도 경평대항전으로 발전시켰다.
둘째, 스포츠교류는 타 분야의 교류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대중성을 지닌다. 이미 스포츠는 일반인의 삶 속에 매우 친밀한 소재로 결합되는 일상재로서 규정되고 있고 스포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매우 높기 때문에 스포츠교류가 민족공동체 성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도 크다. 특히 남북교류가 동질적인 민족공동체 의식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면 대중성을 지닌 스포츠교류야말로 민족적 동질성을 촉진할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남북한 스포츠교류는 타 분야에 비해 높은 동질성을 갖고 있다. 스포츠는 동일한 경기규칙․규정 등에 의해 경기가 진행되므로 남북간의 이질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교류될 프로그램의 내용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남북교류의 장애요인이 없다. 또 신체의 표현 형식에서 이념이 드러날 소지가 거의 없으므로 교류의 내용과 형식에서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간의 이질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남북 스포츠교류는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교류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넷째, 남북 스포츠교류는 국제단체를 통한 중재가 가능하다. 남북 스포츠교류는 양 당사자간에 진행되었지만 국제체육의 장(場)에서 국제 체육단체라는 중재자가 존재한 상태에서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부문의 교류와 다른 교류의 틀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체육관련 국제기구는 남북 스포츠교류 실현을 위해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 왔다. IOC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 단일팀 구성을 주선하고 지원하였으며 국제축구연맹(FIFA)은 남북한의 축구교류가 ‘축구를 통한 세계평화 기여’라는 FIFA의 이념과 일치하기 때문에 남북간 축구교류 및 남북 단일팀 구성에도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스포츠교류의 특성 때문에 남북 스포츠교류는 다른 부문의 교류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상황과 남북간 역사적 관계에 비추어 스포츠교류는 다른 분야에 비해 용이하고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되어 한민족 공동체 형성에 공헌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국민공감대 확산을 위한 남북 스포츠교류협력은 민족간에 잊혀져 가는 추억 속 교류의 현재화와 더불어 단순 초청참관 단계에서 시범경기 제안 및 상호교환방문 이행으로, 다자간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교류협력의 추진에서 쌍방간 직접적인 교류협력으로, 국가가 아닌 지역단위, 학회단위의 작은 통일 스포츠교류방식으로, 기존의 국제대회 교류 중심의 접촉에서 국내대회의 접촉으로, 단일종목 교류에서 종합대회 참가 및 공동개최 교류로의 전방위적 교류 방식으로의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류의 제도화와 정례화가 필요하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스포츠교류를 위해서는 정부간 또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간 스포츠협정과 후속협약 체결이 필요하다. 정부는 장관급 회담 의제로 남북 스포츠교류를 포함한 사회문화교류협력을 보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문화교류협력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 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스포츠교류의 정례화와 중장기적인 교류협력사업의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둘째, 정부뿐만 아니라 스포츠 관련단체의 교류확대가 필요하다. 남북 스포츠교류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남북한간의 체제차이로 인해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나 각 경기단체 등 연관성 있는 스포츠단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방면적인 접촉과 교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스포츠교류 영역의 확대이다. 종전에 이루어진 통일축구와 남북단일팀구성,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의 북한 참가 등은 국가대표 선수위주의 엘리트 스포츠교류에만 주안점을 둔 경향이 있다. 국제대회 개폐회식에서의 선수단 공동 입장이나 단일팀 구성이외에도 선수단, 팀간 공동 훈련지원이나 남북 체육지도자 및 스포츠과학자, 연구자간 상호교류, 북한에 대한 스포츠용품 및 시설 지원사업 등 다양한 교류가 필요하다. 과거 동서독의 경우처럼 지방자치단체 간 자매결연을 맺고 지역간 스포츠교류를 확대함으로써 남북 주민간의 상호이해와 교류의 폭을 다양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교류재원의 안정적 확보이다. 현재 남북 스포츠교류에 대해서도 남북협력기금이나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정부의 승인을 받은 사업에 한해서만 교류재원이 지원된다. 스포츠교류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 스포츠교류 사업의 재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남북 스포츠교류를 통해서 남북한의 스포츠가 상생할 수 있는 현안이 관리되어야 한다. 남북 스포츠계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국제태권도협회(ITF)간 산적한 과제인 태권도 통합 과제를 풀어가야 하며, 각종 국제대회 개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올림픽위원회나 국제체육기구에서의 유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북한의 체육이 과거 수준의 경기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남한 스포츠계가 지원해 주는 문제도 현안과제라면 과제일 것이다. 공동 훈련기회를 만들고 스포츠과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네트웍의 형성도 남북 스포츠교류의 현안 과제라고 할 만하다.
맺으며
이미 여러번 언급되었듯이 남북간 평화와 통일의 과정에서 국민의 공감대 확산을 위해서는 남북 스포츠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하기에 남북 스포츠교류협력은 기본적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 분단 반세기 동안 스포츠교류를 포함한 총체적인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는 남북한과 주변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요인들이 절대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교류는 포괄적인 남북교류협력 추진정책과의 상호 유기적인 공조체제 하에서 독자적인 활동영역의 확보를 위한 독자성, 다양성 그리고 대중적 접근성의 기본적 원칙하에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현시기에 우리가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 스포츠교류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현재 남북에서 분단되어 이질적으로 살아가는 한민족이 지난 5천년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다시 ‘우리는 하나다’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류 방식들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것도 가슴속 저 깊숙한 곳에서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되었던 것들을 하나 하나씩 들춰 내와 다시 현실에서 느끼고 동참하는 그런 방식들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 날들이 어서 오기를 기대 해본다.
이글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웹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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