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우리나라 무예계의 가장 큰 숙원과제 중의 하나였다던 전동무예진흥법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7년 2월 26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제 새해는 이법의 시행령 제정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법률 효력을 앞두고 있다.
전통무예진흥법은 기본적으로 크게 두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먼저 제안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의 전통무예를 민족의 뿌리찾기 차원에서 보존하고 계승하여 우리의 문화유산을 떳떳이 이어나가자’는 측면과 이 법 제1조 목적 조항에서 밝히고 있는 즉, ‘문화적 가치가 있는 전통무예를 진흥하여 국민의 건강증진과 문화생활 향상 및 문화국가 지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것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신체활동을 강조하는 체육의 가치보다는 문화적 가치가 있는 전통무예의 진흥을 통해 개인의 문화생할과 문화국가 지향에 기여함을 강조하는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일종의 문화 진흥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 담당에서는 체육의 영역으로 분류되어 체육관계법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과 생활체육 활성화, 민속경기 및 전통스포츠 진흥정책과의 유사성이나 상호 연계성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기인한다고 보여 진다.
먼저 이 법의 기본 구조를 살펴보면 이 법은 6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적과 정의 조문을 제외하면 실제적으로 제3조 기본계획 수립, 제4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제5조 전통무예단체의 육성, 제6조 전통무예지도자의 육성이 핵심이자 전부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일반적으로 제3조와 제4조는 거의 모든 법률에서 조문으로 구성하는 기본 내용임을 감안하다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마도 제5조 전통무예단체의 육성, 제6조 지도자 양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무예지도자 육성은 아마도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의 체육지도자 양성 규정에 의해 양성되는 체육지도자를 염두해 두고 조문화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법 제6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전통무예지도자의 육성과 자질향상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양성의 책임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즉, 법리상으로만 보면 정부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한 체육지도자 양성과 같은 법적 의무를 할 필요가 없으며, 다만 지도자 육성과 관련한 시책만 정부차원에서 강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현재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무예단체에서 자발적으로 발급하는 자격증을 그 단체의 역량과 단체에서 발급하는 단증의 기술적 가치 여하를 막론하고 해당종목의 지도자로 인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과연 그렇다면 이러한 정부의 정책 개입을 전통무예 단체는 바람직한 정책개입이라고 원하고 있을까? 짐작컨대 아마도 아닐 것이다. 무예단체들은 전통무예지도자들은 국가가 정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양성되고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발급 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무예인들의 그러한 바람이 쉽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이미 현재의 무예계는 각 조목별로도 수없이 분리되어 각각 다른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각각의 기술을 고유 기술로 인정하고 상호 배타적으로 존재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태권도 분야의 체육지도자 자격증은 대한태권도협회에서 발급하는 공인 자격증이 있어야 취득할 수 있으며, 대한태권도협회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서 정부가 인정하는 태권도관련 고유 체육단체이다. 따라서 태권도분야의 체육지도자는 태권도협회의 자율적 통제와 통일화된 기술로 지도자 자격을 부여하게 된다.
무예계도 전통무예지도자에 대한 권위를 스스로 부여하기 위해서는 동일 종목간 기술체계와 승급 승단기준이 먼저 통일되어야 한다. 단체의 통합운영이 먼저이고 통합된 단체에 의한 권위있는 단증 발급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통합과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전통무예지도자의 자격과 권위의 추락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미 수련생 규모와 대중성의 정도 등으로 본다면 무예계의 큰 형님격인 합기도가 그런 대통합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5조 전통무예단체의 육성에 대한 부분도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예단체들과 수많은 논의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무예단체들이 이 조항에 의한 지원범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관심의 정도를 넘어 환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무예계가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은 아무리 이 법 제5조에서 전통무예단체를 육성․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 조항에 의한 개별단체 운영비 보조와 같은 재정지원은 절대적으로 불가하다는 점이다.
다만, 전통무예단체가 전통무예 활성화를 위해 프로그램을 보급하거나 국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이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할 경우에는 사업비 형태로 지원이 가능할 수 있을 덧이다. 이 경우도 해당단체가 법인체여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
어느덧 전통무예진흥법 제정이 해를 넘기고 시행령 제정을 통한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미 통과된 이 법의 불완전성으로 인하여 무예계와 정부간, 무예계 내부간 갈등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이 법의 불완전성을 탓할 수만은 없다. 모든 무예인들이 지혜를 모아 시행령 입안 주체인 정부에게 더 많은 아이디어와 지혜를 몰아주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전통무예진흥법 시행과 더불어 새롭게 2009년을 맞이하는 무예계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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