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같은 이야기

무진법과 전통무예지도자, 그리고 무예계

성문정 2009. 3. 4. 10:31

무진법과 전통무예지도자, 그리고 무예계


성문정(체육과학연구원)


전통무예 관계자라면 모두들 아시다시피 지난해 전통무예진흥법(이하 ‘무진법’이라 한다)의 통과에 이어 올 1월에는 무진법의 효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시행령이 입법 예고 되고 정부에 의해 규제심사와 경쟁심사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규제개혁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담당부서에서 실시되었다.

이러한 입법 절차는 법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절차이지만 이러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는 것은 전통무예진흥과 관련한 입법절차가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입법 예고된 시행령 안에서도 나타났듯이 무진법의 모법적 한계로 시행령조차도 무예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입법화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 동안 필자가 알기로만 해도 전통무예 관계자들은 무진법의 모법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에 무예계가 원하는 미래 방향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차례의 학술포럼과 간담회를 실시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에는 그 동안 무예계에서 줄기차게 강조했던 무예단체에 대한 지원이 포함되지 않았고, 전통무예진흥기본 계획 수립(제2조)과 전통무예지도자 종류 등(제3조)에 대해서만 조문으로 성안되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무예계에서는 적잖은 실망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 아니면 ‘도’ 라는 식으로 주저앉아 버리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 싶다. 이제 첫걸음이니 미흡한 것들은 하나 하나 준비해 가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준비의 시작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문이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준비의 시작은 현재 입법 예고되어 통과가 확실(?)한 시행령의 후속에 대한 대책마련이다. 즉, 지도자 양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다시 머리를 맞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무예계는 모법이 무실하면 모법에 근거하여 제정되는 시행령에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학습했을 것이다. 따라서 입법화될 시행령에서의 지도자 양성내용을 통찰하여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 제3조 제4항에서도 전통무예지도자의 자격검정 및 연수, 자격증 교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엔 시행령 전체 조문 중에서 이 조항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무예계에서는 이 조문의 의미를 면밀히 검토하고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왜나하면 이 조문에 의해서 무진법이나 이 법 시행령에서 규정하지 않은 전통무예지도자의 인정범위나 대상 종목, 자격취득을 위한 사전 이수과목, 연수 및 검정기관, 연수시간, 연수프로그램, 지도자 1급 및 2급간의 권위 등이 “고시”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명시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중요성에 대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싶다. 먼저 전통무예지도자의 인정범위나 대상 종목은 무진법에서 인정하는 전통무예지도자라는 공식적인 권위가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는 것이다. 물론 무진법을 인정하지 않고 각각의 종목만의 특성을 강조하며 독야청정 하듯 무림의 고수이기만을 고집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만 적어도 세상 속으로 나와서 세상 사람들과 호흡하며 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인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직인이 찍힌 지도자 자격증은 어쩌면 세상과 소통하고 그 속에서 성장 발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자 자존심과 같은 무예계의 명예이자 권위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자격취득을 위한 사전 이수과목이나 연수 및 검정기관, 연수시간, 연수프로그램 등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전통무예지도자 자격검정을 위한 이수과목 선정은 전통무예지도자의 자기 정체성과 관계된 중요한 사안이다. 무예인들은 전통무예도자가 체육지도자처럼 체육학계열의 학문을 이수한 사람이 응시하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전통무예지도자가 체육지도자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그렇고 그런 아류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무예라는 단어가 상징하듯이 전통무예지도자가 이수해야 하는 과목은 분명 체육지도자의 그것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한국학이나 한국무예(론)학 또는 동양무예(론)학 등 전통무예의 역사와 철학과 같은 분야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해야 하고, 연수시간, 연수프로그램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하여 무예계의 공론화를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급간의 권위 구분도 그렇다. 현재 입법 예고안 제3조 제2항 1호에 의하면 전통무예지도자 1급은2급 전통무예지도자 자격을 취득한 후 신청 종목의 선수 경력이나 지도경력이 2년 이상인 자”라면 누구나 1급에 도전할 수 있다. 그러면서 같은조 같은 항 제2호에서는 “제1호에 규정된 자와 같은 수준 이상의 자격이 있다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인정하는 자”에 대해서도 1급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작 그러면서 현재 각 종목의 총사나 총재 등과 같은 해당 종목의 최고 권위자에 대한 자격인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다. 이에 대해서도 무예계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입법 예고된 시행령은 절차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3월 29일부터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진법과 관련한 법률체계는 모두 완성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위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고시”를 문화체육관광부령을 제정하는 작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듯 법 하나가 마무리되기까지 이해 당사자에게는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순간의 연속이다. 모두가 머리 맞대고 제대로 준비한 제도 하나가 무예계의 안정적 발전과 권위를 보장해준다는 것은 두 말 할 나위없는 절대 명제란 사실에 대해서는 무예계도 인정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