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맛 이야기

가을 보성의 맛과 풍경에 취하다

성문정 2008. 10. 11. 16:44

항상이지 10월 이맘때쯤이면 황금빛 들녁이 가관이다

푸르고 느넓은 하늘은 그렇다치고 맑게 내리쬐는 가을햇살은...

 

해야할 일이 있어 광주에 들렀다가 일을 마치고 느즈막히 보성으로 달렸다.

대학시절 함께 2년여를 자취햇던 보성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후배를 만나기위해서..

만남이라는 것도 술한잔 편하게 마셔보자는 이유이고

 

그렇게 퇴근시간이 지나고 보성읍사무소앞 모식당에서 후배 친구 2명과 술잔을 마주하고 앉았다.

보성 녹돈이야 유명하지만 현지에서 직접맛본 녹돈의 삽겹은 참 졸깃하더라

오래만에 만나 학창시절 이런저런 이야기부터 지금하는 일은 잘되냐는 등

이야기가 흐르는 만큼이나 술병은 비어지고

 

그렇게 흐르는 시간새로 녹차먹인 한우 생고기를 추가주문하여 한입 가득 오물거리는데..

등급이 고급축에 든다고는 하나 서울에서 먹던 그런 맛과는 비교하기 싫은 그런 찰짐이란..

게다가 주인 아저씨가 서비스라고 내어 놓으신 얼린차돌배기 횟감도.

지금껏 차돌배기는 구어만 먹어봤지 생거로 먹어보질 못한 촌놈이라..

단단히 얼려 얇게 썰어낸 한점에 기름장 살짝이 적셔 한입 물어 혀끝을 돌려 가는데...

고소함과 단백하게 씹히는 육질의 그 맛이란...캬아~~

이내 소주 몇병을 더 마시게 하더라..      

 

돌아오는 길엔 메타세콰이어로 유명한 보성의 18번 국도를 탔더라

생천 처음 타본 그길..

보성의 메타세콰이어길은 북한강 남이섬 그것, 담양의 그길들과 비해서도 손색이 없더라..

참으로 한적하고 고즈넉함이 오히려 드라이브의 여유로움을 더해 주더라

들판엔 황급빛 나락이 드넓게 펼쳐지고

산자락엔 아직 제철이 아닌 단풍대신에 여기 저머 아름들이로 모둠앉은 억새꽃 녀석들의 하늘거림이

나에게 반갑다는 손 인사를 쳐대듯 그리 보이고

밑바닥이 들어난 보성강은 조금 엉성해 보여도..

그래도 여전히 물 많은 주암댐의 잔물결들은 하늘빛을 감싸안고 모휴산과 조계산자락을 품었더라

 

아직은 단풍이 적어 가을 풍경의 한가운데에 서보진 않았지만

그렇게 스쳐 지나온 보성의 그 길은 전날밤 술자리의 깊은 맛과 더불어

또 한번 날 취하게 하더라..